“Jjeoreo?”
몇 년 전 SNS에서 “This song jjeoreo my brain!”이라는 문장을 보고 고개를 갸웃한 적이 있다. ‘쩔어’가 로마자로 쓰이면 ‘Jjeoreo’. 알고 보니 방탄소년단(BTS)의 곡 ‘쩔어(Dope)’에서 유래한 말이었다. “나를 따라 쩔어!”라는 가사와 무대를 찢는 듯한 퍼포먼스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Z세대 특유의 감탄과 에너지를 보여주는 감정의 외침이었다.
오늘날 우리는 ‘찢었다’ ‘개좋아’ ‘킹받네’ 같은 새로운 감탄사 속에 살아가고 있다. 이 말들은 짧고 강렬하지만 단순한 말장난이 아니다. 감정을 직접 드러내기보다 유머와 과장을 섞어 표현하고, 동시에 진심은 감춘다. ‘쩐다’는 최고라는 의미지만 과장을 덧입혀 정색하지 않으려는 전략이기도 하다. ‘개빡쳐’ 같은 표현도 분노를 장난스럽게 비튼 방식이다.
Z세대는 말보다 빨리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환경에서 자랐다. SNS와 밈, 짧은 영상과 댓글 문화 속에서 길게 말하지 않아도 되는 감정의 언어들이 자리를 잡았다. 그래서 감탄사는 진심이면서도 진심이 아닌 듯, 공감을 부르면서도 거리를 둔다.
요즘 자주 들리는 ‘갓생’은 마치 신처럼 부지런히 사는 삶을 뜻한다. “오늘도 갓생 살았다”는 말에는 스스로를 격려하는 위트와 성취 압박에 대한 방어가 함께 담겨 있다. ‘알잘딱깔센’은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의 줄임말로, 암묵적 눈치 문화를 익살스럽게 표현한다. ‘GOAT(Greatest Of All Time)’는 ‘역대급 최고’라는 뜻으로, 감정의 정점을 나타내는 말이다.
이런 변화는 학교 교실에서도 자주 체감된다. “요즘 무슨 일 있었어”라고 물으면 돌아오는 답은 “개피곤” “찢겼음”과 같은 강한 말들이다. 짧은 말들이 감정의 징후처럼 튀어나오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서를 보호하려는 장치이기도 하다. Z세대는 디지털 환경에서 태어나 관계도, 감정도 온라인으로 형성한다. 그러나 빠른 연결성 뒤에는 관계 피로와 정체성 불안이 숨어 있다. 그래서 감정은 격렬하게 타오르지만 금세 사라지고, 말은 짧지만 속은 복잡하다.
우리는 종종 “요즘 애들 말은 못 알아듣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질문은 “그들이 어떻게 느끼고 살아가는지를 이해하려 하는가”일 것이다. Z세대의 감탄사는 단지 말의 유행이 아니라 정서의 리듬이며 시대의 생존 전략이다. 짧고 강한 말들 속엔 공감받고 싶고, 상처받기 싫은 마음이 숨어 있다.
기성세대인 내가 “개좋아”라고 말하면서 소통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 말 하나에 담긴 마음을 이해하려고 할 때 비로소 세대는 서로를 진심으로 만날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