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정책 기능을 환경부로 이관하면서 기후에너지부로 확대 개편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한경 보도다. 국정기획위원회가 이 같은 방안을 대통령실에 전달했고 지금은 대통령의 최종 결정만 남은 상태라고 한다. 원자력 발전을 포함한 에너지산업 육성 및 전력 계통 구축 등을 대표적 규제 부처인 환경부에 맡기겠다는 것이어서 향후 에너지 정책의 대혼선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산업 지원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펴는 세계 흐름과 상반된 방안이기도 하다.
국정기획위는 처음부터 탈탄소, 재생에너지 확대 등을 앞세워 국가 에너지 정책의 전면적인 환경부 이관을 검토해온 정황이 짙다. 반면 에너지 정책의 산업 지원 역할에는 얼마나 깊이 있게 고민하고 논의했는지 의구심이 든다. 애초 환경부와 별개로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해 에너지 정책을 총괄하게 하거나, 지금의 환경부가 산업부 에너지정책실을 전부 넘겨받는 방식을 저울질하다가 환경부 확대 개편으로 방향을 잡은 데서 드러나는 사실이다.
에너지·산업 전문가는 물론 여권 내에서조차 신중론이 제기될 정도로 우려스러운 대목이 적지 않다. 정책 추진 체계와 방향이 바뀌면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과 비용 효율성 등 모든 측면에서 경쟁력 제고가 필수인 기존 제조업은 물론 신산업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산업 정책과 에너지 정책이 한 번도 분리된 적이 없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여기다 규제 DNA가 강한 환경부가 탈탄소와 탈원전·감원전 등의 에너지 대전환 정책을 몰아붙일 경우 산업 대혼란이 불가피해진다.
세계 각국은 에너지 정책을 환경이 아니라 산업과 통합하는 추세다. 독일은 지난 5월 연방경제기후보호부를 연방경제에너지부로 변경했다. 에너지를 기후 정책과 합친 지 4년 만에 백지화한 것이다. 미국도 대통령 직속 국가에너지지배력위원회를 신설해 반도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 전략산업 지원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강화했다. 정부가 정한 핵심 국정 목표인 ‘AI 세계 3대 강국’ 도약을 위해서도 에너지의 산업 지원 역할은 필수불가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