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시설을 짓기 전 비슷한 환경에서 여러 실험을 해보기 위한 지하연구시설(URL) 부지가 강원 태백시로 정해졌는데, 부지의 적합성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질학적으로 타당한 부지 선정이라고 생각한다.
고준위 방폐장은 유체유동이 적게 발생하는 암상과 지진 등 지반 교란으로부터 처분장이 파괴되지 않는 안정된 지역을 부지로 선정한다. 해외에서는 매우 치밀한 특성이 있는 점토질 암석이나 균질하게 넓게 분포하는 화강암을 주요 대상 암종으로 선택한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화강암질암을 대상 암종으로 고려하고 있다.
또 핵종이 누출된다고 하더라도 인간에게 도달하지 않게 하려고 지하 500m 안팎 심부에 처분장을 설치한다. 이 같은 지질학적 부지 선정과 처분에 관한 기술은 안정성을 인정받아 최적의 처분법으로 알려져 있고, 관련 분야 선진국에서는 부지 선정과 건설을 이미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2025년 우여곡절 끝에 고준위특별법이 통과돼 연구용 URL을 우선 건설해 지하 심부에서의 여러 현상을 실험하기로 했다. 연구용 URL은 실제로 처분할 부지와 비슷한 지질 조건에서 실험을 통해 다양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퇴적암과 결정질암의 특성을 비교해 최종 후보지로 결정될 가능성이 큰 결정질암의 장단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양한 암종을 포함하는 부지는 주변 지역에 분포하는 다른 암종과의 상호작용을 연구하고, 결정질암의 우수한 성능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데 도움이 된다.
비슷한 암종이라고 하더라도 지역에 따라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연구용 URL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처분 인허가에 직접 활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따라서 부지 선정 후 처분 부지 내 지하연구시설에서 실증적으로 검증하고 얻은 결과를 인허가 신청 자료로 제출해야 할 것이다.
선정된 태백 부지에는 일부 퇴적암이 존재하지만 심부에는 충분한 화강암류가 존재하며 특히 만일에 있을 핵종을 포함한 지하수의 유동에 중요한 역할을 할 단층대의 특성 이해를 위한 중요한 연구 조건을 제공해 최적의 부지라고 판단된다. 따라서 최종 처분 부지가 아닌 URL이 단일 화강암만으로 구성돼야 한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 다양한 암종과 단층을 포함하는 태백 부지가 오히려 장점이 있다.
태백 URL 부지는 기술적·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결정된 적합한 부지다. 다양한 암종과 단층을 포함한 URL 부지는 지질학적·수리지질학적 연구에 다양한 조건을 확보해 고준위 방폐물 처분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검증하기 위한 우수한 연구 환경을 제공할 것이다. 태백 부지에 대한 불필요한 논쟁을 끝내고 최종 처분 부지의 선정 절차와 기술 축적을 위한 첫걸음을 성공적으로 내디딜 수 있도록 각계의 뜻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