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주가 최근 한 달간 거래소 전체 업종지수 중 최고 상승률을 기록하며 주도주 입지를 굳혔다. 시장에서는 향후 증권주 주가의 향배를 놓고 낙관론과 신중론이 맞물리고 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권주(株)를 시가총액 가중방식으로 구성한 'KRX 증권지수'는 지난달 11일부터 전날까지 한 달간 25.56% 상승했다. 한국거래소가 산출한 전체 지수 중 상승률이 가장 높다.
종목별로 보면 최근 한 달간 부국증권이 56.38%로 가장 많이 올랐다. 이어 미래에셋증권우(37.27%)와 미래에셋증권2우B(36.29%), LS증권(35.79%), 현대차증권(34.37%), 한화투자증권(33.7%) 등도 오름폭이 컸다.
증권주는 가격 민감도와 변동성이 크지 않은 데다, 후행적인 이익 반영으로 증시 활황 후반부에 주가가 뒤따라 오르는 게 일반적이다. 때문에 시장 활황 초기부터 이처럼 기록적으로 오르는 건 이례적이다.
주주권 강화 법안들이 속속 잇따라 추진되면서 증권주 투자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3일 여야는 이사 충실의무의 확대,' 3% 룰'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아울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개정안에서 누락한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조항도 보완해 추가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상장사 지배구조 견제장치를 강화하고 주주 중심의 경영을 유도하는 제도가 속속 추진되면서 기업 '밸류업'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는 증권사들에 유리한 환경이다. 증시가 강한 부양책 등으로 활황일수록 증권사의 수수료 수익 등도 커지기 때문이다.
아울러 민주당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법안도 최근 발의했는데, 이에 따라 증권주 중에서도 자사주 비중이 높은 곳들 위주로 급등세를 보였다. 신영증권(53.1%)과 부국증권(42.73%), 미래에셋증권(22.98%) 등이 대표적으로 자사주 비중이 큰 기업으로 꼽힌다.
자본시장의 큰 화두로 부상한 '스테이블 코인' 수혜주로 편입된 기업들도 있다. 미래에셋증권 계열사인 미래에셋컨설팅을 비롯해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등이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권을 다수 출원했다.
증권주가 단기간 크게 오르면서 이익을 실현할지, 혹은 더 지켜볼지를 두고 투자자의 고민이 깊다. 지난해 말 기준 0.5배에 불과했던 업종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1배로 2배 상승했다.
여의도 증권가에선 지금의 급등세는 '저평가됐던 주가의 정상화'로 해석해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증권사의 평가가치(밸류에이션)를 감안할 때 가파른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PBR 1배 수준은 적정해 보인다"며 "국내 증권업종의 적정 PBR은 1.2배로 지금보다도 상승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증시에 대한 '지표' 격으로 투자하는 성향이 강한 증권주 특성상, 지수 저평가를 벗어난 데 따른 재평가 요소도 클 것"이라며 "실제로 코스피지수의 최근 주가 상승 역시 이익(펀더멘털) 기반으로 올랐다기보다는 '주가의 정상화' 일환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 연구원은 커버리지(담당) 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의 목표주가를 기존 대비 약 50~70% 올렸다.
반면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스테이블 코인과 상표권 등록,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실체 없는' 기대감이고 상법 개정, 저PBR 대책, 배당세제 개편, 상장시장 구조 개편은 '실체 있는' 기대감"이라며 "논란이 될 만한 밸류에이션 구간에 들어선 증권주들은 주가에 반영된 기대감의 실체 여부를 판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 연구원은 "스테이블코인은 자본시장법 개정 여부가 모호하고 개정되더라도 실제 활성화될지와 향후 민간 발행이 가능해질지 여부를 알 수 없다"며 "자사주 소각 의무화 역시 소급적용이 될지 여부를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기존 보유한 자사주로 인해 지분율이 희석될 가능성도 거의 없기 때문에 주주가치 상승에 실질적으로 기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짚었다. 때문에 이들 요인으로 주가가 크게 상승한 종목들에 대해선 경계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