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신뢰 깬 기자 선행매매…‘주식 거래내역 공개’ 도입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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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IB]
일부 기자들, 상장사 미공개 정보로 최고 수억 원 차익
주식 미리 사놓고 기사 띄워...최고 수억대 부당이득
주로 코스닥 기업 노려 투자...일부는 주가 6배 이상 뛰어
금감원·검찰 수사 확대...20여명 입건
전문가 “기자도 거래내역 신고제 도입 가능성"

  • 등록 2025-07-12 오후 12:00:00

    수정 2025-07-12 오후 12:00:00

[이데일리 지영의 기자] 최근 자본시장에서 기자들의 ‘주식 선행매매’ 의혹이 불거지며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검찰은 전·현직 기자들이 취재 과정에서 입수한 기업 정보를 활용해 주식을 선매수한 뒤, 기사를 보도하고 급등한 주가에 차익을 실현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단순 언론윤리를 넘어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불공정거래라는 점에서 향후 언론계에 대한 주식거래내역 공개 제도 도입 논의 등 법적 제재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리 주식 사고, 기사 띄우고 팔아치워…최고 수억 원 부당이득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과 서울남부지검은 최근 전·현직 기자 20여 명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KBS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대체로 기사 출고 직전 특정 상장사의 주식을 집중 매수한 뒤 기사가 배포되자 주가 상승 국면에서 매도해 차익을 실현하는 선행매매 수법 등을 쓴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중에는 수익이 5억 원 이상에 달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수사 대상은 일간지와 경제지, 인터넷 매체 등 다양한 언론사 전반에 걸쳐 있다. 일부 기자는 배우자 명의 계좌를 이용해 ‘특징주’ 관련 기사를 내기 전 선매수를 반복해온 정황도 포착됐다. 특사경은 수상한 주가 흐름과 기사 시점이 겹친 사례 수백 건을 집중 분석 중이며, 수사가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코스닥 기업들이 부당한 주식거래 대상이 됐다. 실적 기대감과 수주 계약, 인수합병(M&A) 가능성 등 개별 호재성 정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종목들이 주 대상이었으며, 일부 종목은 보도 후 주가가 6배 이상 급등한 사례도 확인됐다.

◇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 짙어…전문가 “언론계 주식거래 내역 공개 가능성도”

법조계 및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높다고 본다. 자본시장법 제178조는 ‘부정한 수단이나 기교를 동원해 금융투자상품을 매매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제174조는 상장사의 업무와 관련해 알게 된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한 거래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위반할 경우 1년 이상 징역 또는 부당이득의 4~6배에 달하는 벌금에 처해진다.

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윤리적 측면에서도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 및 실천요강에 위배 된다. 관련 강령에 기자는 취재 과정에서 취득한 정보를 보도 목적 이외에 사용해서는 안 되며, 사익 추구에 활용해서도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언론계의 부정거래 차단에 대한 제도적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과거에도 인수합병(M&A) 실무자, 기업금융 관련 변호사·회계사,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이 업무상 알게 된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선행매매로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가 있었지만 언론계에서 이처럼 대규모로 적발된 것은 이례적이라, ‘자본시장 사각지대’ 제재 강화 차원에서 새로운 제한이 마련될 수 있다는 평가다. 각 언론사 내에서도 내부 통제 강화에 대한 논의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정부도 주식시장 불공정거래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기조다. 최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가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근절 실천방안‘을 내놓고 주가조작 및 불공정거래 등에 대해서 조사 체계 시스템 개편과 제도적 처벌 수위 강화, 네임 앤 쉐임(명명하고 망신주기) 전략 등의 강화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한 자본시장 전문 변호사는 “기자는 정보 접근성과 영향력 측면에서 애널리스트나 IB, 기업 임원과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다”며 “정보 불균형이 시장 참여자와 일반 투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구조가 명백한 만큼, 금융이나 증권 등 관련 취재를 담당하는 기자에 대해 주식 거래내역을 주기적으로 공개하는 방식이나 사전신고제 도입이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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