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꽃과 함께 다친 마음 돌봐요”…서울시 반려식물 보급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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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외로움 겪는 시민에게 식물 보급
원예치유 전문가가 직접 방문해 상담
고립청년·노동취약계층 대상 프로그램도
꽃바구니·향수 만들기 등 체험형 치유 운영
식물 상태 진단해주는 클리닉도 확대

“우아한 분에게 잘 어울리는 예쁜 꽃이에요.”

10일 오후 서울 양천구의 한 아파트. 혼자 사는 변다희 씨(70)의 집에 원예 치유 전문가 장희정 씨(56)가 들어서며 말했다. 장 씨의 손에는 관엽식물 ‘안스리움’이 심긴 화분이 들려 있었다. 오랜만에 손님을 맞은 변 씨는 밝은 얼굴로 “고마워요, 안으로 들어오세요”라며 환영했고, 삶은 감자와 직접 만든 식혜를 내놓았다.

둘은 침대 옆에 나란히 앉아 두 시간 넘게 대화를 나눴다. 이웃의 취미부터 교회 지인의 건강까지 방 안은 이야기와 웃음으로 가득했다. 변 씨는 “남편을 떠나보내고 항암치료까지 받으며 긴 시간을 힘겹게 견뎠는데, 이렇게 반갑게 찾아와주는 분들이 있어 너무 감사하다”며 “오늘 받은 꽃에게 매일 아침 ‘잘 잤니?’라고 인사하며 하루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 원예치유 전문가와 함께 이야기 상담

서울시는 지난달부터 자치구와 협력해 우울감이나 외로움 등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시민에게 정서적 안정을 돕기 위한 ‘반려식물 보급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2017년 시작된 이 사업은 식물을 단순히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원예 치유 전문가가 직접 방문해 상담과 관리법 안내까지 함께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올해는 저소득층 노인과 장애인 등 5400명을 대상으로 반려식물을 보급한다. 17개 자치구의 추천을 받은 대상자 가정에 민간 원예 치유 자격증을 갖춘 전문가가 방문해 식물을 전달하고 키우는 방법을 안내한다. 제공되는 식물은 스칸디아모스, 율마, 오렌지자스민 등 관리가 쉬운 품종이다.

고립·은둔 청년 500명에게도 반려식물을 지원한다. 이 중 희망자 300명에게는 정서 회복을 위한 원예 치유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청년들은 식물 가꾸기와 관련한 민간 자격 과정에 참여할 기회도 얻을 수 있다. 신청은 ‘청년몽땅정보통’ 홈페이지(youth.seoul.go.kr)에서 가능하다. 이 밖에 노동 취약계층 100명에게도 반려식물 1종이 보급된다.야외나 강의실에서 진행하는 체험형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꽃바구니 만들기, 허브차 시음, 향수 만들기, 비누 공예 등 식물을 활용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심신 회복과 사회적 관계 회복을 돕는다.

● 아픈 식물 치료하는 병원도 운영

서울시와 자치구는 아픈 식물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해주는 ‘반려식물 클리닉’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9곳에서 올해 14곳으로 운영처를 확대했다. 2023년 시작된 이 서비스는 지난해에만 1만4000여 건의 진단과 상담을 진행했다.

클리닉에서는 식물 전문가가 직접 식물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한 약제 처방과 분갈이, 사후관리까지 1대1 맞춤형 상담을 제공한다. 정밀 진단이나 장기 입원, 왕진이 필요한 경우에는 서울시 농업기술센터의 ‘반려식물 병원’과 연계해 치료가 이뤄진다.

이용을 원하는 시민은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 홈페이지(yeyak.seoul.go.kr) 또는 자치구별 클리닉에 전화로 예약한 후, 식물을 지참해 방문하면 된다. 1인당 최대 3개 화분까지 진료를 받을 수 있으며 이용료는 무료다.

송진호 기자ji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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