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휴전 합의를 위반하고 공격을 계속해 반격에 나섰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미사일이 민간인 거주지에 대거 떨어졌고 사상자 중 어린이도 많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푸틴 정권이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휴전 의지와 외교 노력을 무시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 獨 “우크라에 장거리 미사일 지원” 시사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번 공격에 ‘집속탄’이 쓰였다”고 주장했다. 집속탄(cluster bomb)은 한 개의 폭탄 속에 여러 개의 다른 폭탄이 들어가 있는 형태로 다수의 인명 살상을 목적으로 하는 비인도적 무기다. 다만 AP통신은 사용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전했다.
안드리 코발렌코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산하 허위정보대응센터장도 이번 공격이 윗코프 특사가 푸틴 대통령을 만난 뒤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러시아는 민간인을 죽이면서 소위 ‘외교’를 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이번 공격에 관한 취재진 질문을 받고 “끔찍한 일이었고 그들(러시아)이 실수했다고 들었다”고 답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또한 “러시아가 국제법,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노력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며 전쟁을 계속하기로 선택했다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러시아를 비판했다.
특히 다음 달 독일 총리에 취임할 예정인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기독민주당 대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시사했다. 그는 공영 ARD방송 인터뷰에서 유럽의 다른 나라가 이미 “우크라이나에 순항 미사일을 공급하고 있다”며 장거리 순항미사일 ‘타우러스’를 제공할 의향을 비쳤다.‘타우러스’는 유럽 주요국이 공동 개발한 공대지(空對地) 순항미사일로 사거리가 500km 이상이다. 미국이 지원한 에이태큼스(약 300km), 영국과 프랑스가 지원한 스톰섀도(약 250km)보다 사거리가 길다. 러시아 본토 공격에도 용이하다는 평가다.● 젤렌스키 “美 중립은 잘못, 우크라 편 돼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3일 미국 CBS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이 중립적이길 원하는 건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며 강대국 지도자인 트럼프 대통령이 반드시 우크라이나의 편이 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러시아는 4일 그의 고향 크리비리흐에도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당시에도 약 20명이 숨졌다.
이에 따라 그간 상대적으로 러시아에 우호적이었던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행보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가디언은 “수미 공격으로 민간인이 대거 사망하면서 미국이 러시아에 강경한 태도를 취하게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 나아가 종전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AP통신은 러시아가 올해 봄 우크라이나에 대공세를 펼칠 가능성을 제기하며 “3년 간의 전쟁을 종식시키려는 협상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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