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8000달러(약 5417만원)에 판매되는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의 버킨백이 우리 공장에서는 1400달러(약 190만원)에 제조 가능합니다”
중국 남부의 한 의류 제조업체 직원은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같은 콘텐츠를 올렸다. 그는 유창한 영어로 가죽 가방을 들고선 가죽과 인건비 등 제조 과정별 비용을 자세하게 설명한다. 사실상 제조 원가가 1400달러인 가방에 ‘에르메스 버킨백’이라는 브랜드 이름이 붙으면서 3만8000달러가 된다는 것이다.
이 영상은 “로고만 없고 에르메스 버킨백과 똑같은 품질의 가방이 필요하면 우리에게 주문하라”고 제안하며 끝난다. 이 업체는 자사 홈페이지에 공장 직원은 5000명이고 샤넬·에르메스의 주문자 부착생산업체였지만, 계약 만료로 지금은 로고 없이 생산한다고 알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2기 출범 이후 미국과 중국이 상대방을 향해 각각 145%, 125% ‘관세 폭탄’ 갈등을 빚으면서 중국 측이 미국 소비자를 겨냥한 듯한 영상을 유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 소비자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해 반감을 갖게 만드는 심리전이 이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가에 판매되는 서방 명품 브랜드들 상당수는 중국에서 저가에 만들어진다는 영상이 퍼지고 있다. 즉 브랜드값으로 판매가가 오르는 만큼 중국에서 직접 구매하라는 영상이 SNS에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영상들은 트럼프가 촉발한 고율 관세를 조롱하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트럼프의 중국 관세 145% 여파로 중국산 생활용품을 사는 미국 소비자들도 가격 폭등의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중국 SNS에는 요가 등을 할 때 입는 레깅스로 유명한 룰루레몬과 필라 등 글로벌 스포츠 명품의 주문자부착생산을 전담하는 중국 현지 공장도 소개되고 있다. 한 영상은 “시중에서 100달러(약 14만원)에 파는 룰루레몬 레깅스를 공장가로는 고작 5~6달러면 살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세계 최대 섬유 제품 수출국인 중국의 화학섬유 생산량은 전 세계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에서 매년 만들어지는 옷은 700억개로 전 세계 생산량의 절반 수준이다. 중국섬유수출입상회는 미국은 중국산 의류의 최대 수입국으로, 지난해 기준 미국은 섬유 제품의 40% 이상을 중국으로부터 들여왔다고 밝혔다.
또 나이키와 H&M 등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은 최근 공급망을 베트남·인도네시아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지만 중국이 핵심 생산기지인 상황이다.
다만 이같은 중국 제조업자들이 올린 게시물이 사실이 아니라는 반박도 나오고 있다. 에르메스는 “버킨백은 100% 프랑스에서 장인들이 수작업으로 만든다”며 중국의 제조 가능성을 부인했다. 또 룰루레몬은 “우리가 판매하는 완제품 중 3%만 중국에서 판매된다”고 밝혔다.
한편, 진위를 떠나 영상은 SNS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다. 또 해외 주재 중국 대사관들도 관세 정책과 트럼프 행정부를 조롱하는 듯한 게시물을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