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장악당하지 않겠다” 돈으로 쥐고 흔드는 트럼프에 반기

6 hours ago 4

美행정부, 13조원 보조금 삭감 경고
反유대주의 근절-DEI 폐기 요구
하버드 총장 “독립성 포기 안돼” 거부
다른 대학들도 “소송 불사” 공동 대응

“트럼프 손 떼라” 하버드대 캠퍼스 인근서 시위 미국 하버드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 지원금 중단’ 압박에도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다양성 형평성 포용성(DEI)’ 정책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14일 밝혔다. 약 800명의 교수진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처사가 “반민주적”이라고 규탄했다. 같은 날 트럼프 2기 행정부는 22억9000만 달러(약 3조2747억 원)의 지원금 지급을 중단하겠다고 맞섰다. 12일 하버드대 캠퍼스 인근인 매사추세츠주 캐임브리지의 한 공원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학 탄압을 비판하는 시위도 열렸다. 게티이미지

“트럼프 손 떼라” 하버드대 캠퍼스 인근서 시위 미국 하버드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 지원금 중단’ 압박에도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다양성 형평성 포용성(DEI)’ 정책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14일 밝혔다. 약 800명의 교수진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처사가 “반민주적”이라고 규탄했다. 같은 날 트럼프 2기 행정부는 22억9000만 달러(약 3조2747억 원)의 지원금 지급을 중단하겠다고 맞섰다. 12일 하버드대 캠퍼스 인근인 매사추세츠주 캐임브리지의 한 공원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학 탄압을 비판하는 시위도 열렸다. 게티이미지
1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反)이스라엘주의 대응과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 폐기 요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하버드대에 대한 보조금 등 22억9000만 달러(약 3조2747억 원) 지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트럼프 행정부와 아이비리그(미 동부의 8개 명문 사립대)를 중심으로 한 미국 명문대들의 이념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거액의 정부 보조금 등 재정 지원을 무기로 컬럼비아대의 수용을 관철하는 등 ‘학문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 “하버드대, 독립성 포기 않겠다”

이날 앨런 가버 하버드대 총장은 교내 구성원들에게 보낸 글에서 “우리 대학은 독립성을 포기하거나(surrender) 헌법상 권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연방정부가 하버드를 통제하기 위해 전례 없는 요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어떤 정부도 사립대학이 무엇을 가르치고, 누구를 입학시키고 채용하며, 어떤 연구를 하고, 어떤 지적 탐구를 할지 지시해선 안 된다”며 “하버드를 비롯한 어떤 사립대도 정부의 지배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하버드를 대리하는 변호사들은 트럼프 행정부에 보낸 서한에서 “하버드뿐 아니라 어떤 사립대학도 연방 정부에 장악당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31일 하버드대에 대한 87억 달러(약 12조4410억 원)의 보조금 지급과 2억5560만 달러(약 3655억 원) 규모의 계약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고 대학 당국에 통보했다. 린다 맥마흔 교육부 장관은 “반유대주의 차별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지 못해 하버드대의 평판이 심각한 위협에 처했다”며 이 같은 조치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유대인 혐오 문제가 있다고 지적된 신학·교육·보건대학원 및 의과대학에 대한 외부감사와 DEI 프로그램 전면 중단을 요구하고 입학과 채용 전반에 대한 데이터를 연방정부에 넘기라고도 했다.

유대계인 가버 총장은 “정부의 요구사항 중 일부는 반이스라엘주의에 대한 대응이나, 대부분은 하버드의 ‘지적 환경’을 직접 규제하겠다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연방정부는 학생과 교직원을 감사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헌법 1조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를 명백히 침해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버 총장의 글이 공개되고 몇 시간 뒤 트럼프 행정부는 하버드대에 대한 22억9000만 달러 규모의 보조금 지급 및 계약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해리슨 필즈 백악관 대변인은 “고등교육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제어되지 않는 반유대주의를 종식하고 납세자의 돈으로 인종차별을 지지하는 하버드를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 강경파 유대계 총장의 반격 하버드대가 트럼프 행정부에 반기를 들면서 나머지 대학들의 반격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반유대주의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전국 주요 대학 60여 곳을 상대로 보조금 지급 중단 등을 앞세워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주요 타깃으로 삼은 8개 상위권 대학을 상대로 동결했거나 취소한 연구 자금만 최소 127억 달러(약 18조1610억 원)에 달한다. 4억 달러(약 5720억 원) 상당의 보조금이 삭감된 컬럼비아대의 경우 지난달 21일 정부 요구를 수용했다.

앞서 하버드대는 반유대주의 논란으로 큰 홍역을 치렀다. 지난해 12월 유대계 헤지펀드 큰손으로 하버드대 동문인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회장이 앞장선 사퇴 운동의 여파로 클로딘 게이 전 총장이 올 초 물러났다. 이후 유대계 경제학자 겸 보건학자인 가버 총장이 취임 직후 강경한 반유대주의 대응 조치를 내놨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보조금 등을 지렛대로 과도한 요구를 해오자, 최고 명문대로서 자존심과 철학을 지키기 위해 반기를 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른 주요 대학들도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공동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날 코넬대, 브라운대, 프린스턴대, 매사추세츠공대(MIT), 캘리포니아공대 등 9개 대학이 미 에너지부가 중단한 4억 달러(약 5720억 원) 보조금의 지급 재개를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 존스홉킨스대와 시카고대, 조지워싱턴대, 코넬대, MIT, 캘리포니아대, 펜실베이니아대 등 13개 대학도 보건부 산하 국립보건원(NIH)의 연구 자금 삭감 시도를 중단해 줄 것을 법원에 요청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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