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요르단 국왕 면전서 “가자 주민 거주 공간, 요르단에 마련 가능”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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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회담하며 악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압둘라 2세 국왕을 만나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이주시키고, 미국이 이 지역을 소유해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2025.02.12.[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회담하며 악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압둘라 2세 국왕을 만나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이주시키고, 미국이 이 지역을 소유해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2025.02.12.[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 시간) 중동의 대표적인 친미 국가인 요르단 압둘라 2세 국왕과의 회담 자리에서 가자지구를 장악하고, 팔레스타인 주민을 주변국으로 이주시킨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과의 회담 이후 중동 최대 의제로 떠오른 ‘가자지구 구상’과 관련해 아랍국 국가 정상 면전에서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가자지구 장악 구상에서 최대 현안인 팔레스타인 주민 영구 이주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로부터 수용 대상국에 지목된 요르단은 팔레스타인 어린이 2000명을 수용하겠다며 한 발 물렀다. 하지만 여전히 전체 수용엔 반대 의사를 재차 드러내면서 향후 팔레스타인 문제를 둘러싼 지역 갈등이 이어질 전망이다.

● 면전에서 압박하자 요르단도 “어린이 2000명 수용”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은 이날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트럼프와의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우리가 지금 바로 할 수 있는 일은 암에 걸리거나 매우 아픈 가자지구의 아이 2000명을 최대한 신속히 요르단으로 데려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집트와 아랍 국가들이 계획이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면서도 “이집트가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에) 어떻게 협력할지에 대한 계획을 내놓을지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요르단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지구를 장악하고 개발하며, 기존 주민들은 주변국인 요르단과 이집트로 이주시킨다는 이른바 가자지구 구상에 대해 줄곧 반대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이날 미국 측 협조 요청에 한발 물러선 것이다. 또 주민 이주와 관련해 인근 국가인 이집트에 공을 넘긴 것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요르단 측의 팔레스타인 어린이 일부 수용 발언에 대해 “매우 아름다운 제스처”라며 “감사히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나머지는 이집트와 함께 협력할 예정이고 여러분들은 위대한 진전을 보게될 것”이라며 “100%는 아니지만 99%는 이집트와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담은 4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정상회담에서 ‘가자지구 구상’을 밝힌 뒤 트럼프 대통령이 아랍권 국가 정상과 처음 직접 만나는 자리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주민 수용국으로 이집트와 요르단을 지목한 가운데 것이어서 더 큰 주목을 받았다.

다만 이날 회담에서 압둘라 2세 국왕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팔레스타인인의 강제 이주는 아랍 국가들의 공통된 반대 입장”이라고 전면 수용에 대해선 반대하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가자지구를 재건하고 인도적 위기를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고도 했다.

이이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요르단과 이집트가 결국 가자 난민을 수용하게 될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요르단과 이집트에서 일정 구역을 마련할 것이며, 최종적으로 이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거주할 수 있는 곳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취재진에 “가자지구를 구매하지 않을 것이다. 살 이유가 없고, 소유할 것”이라고며 장악 후 개발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 지원 중단 압박 느꼈나…이집트도 절충안 꺼내

요르단이 트럼프 가자지구 구상에 대해 일부 수용하며 한 발 물러선 것과 관련해 미국 측 원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회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요르단과 이집트가 가자지구 주민 수용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원조를 보류하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히며 양국을 압박해왔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취재진에 “미국이 요르단과 이집트에 많은 자금을 원조한다”라고 지원 사실을 재차 내비쳤다. 미국은 2023회계연도(2022년 10월∼2023년 9월) 기준으로 요르단에 17억 달러(약 2조5000억 원), 이집트에 15억 달러(약 2조2000억 원)의 원조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팔레스타인 주민 수용국가로 지목된 이집트 또한 11일 성명을 내고 가자지구를 재건하는 포괄적인 전망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집트 외교부는 이날 성명에서 “팔레스타인 문제의 공정한 해결을 목표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협력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요르단에 이어 이집트도 가자지구 구상과 관련해 절충안을 내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다만 이집트 역시 요르단과 마찬가지로 가자지구 주민에 대한 전면 수용은 여전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아흐람온라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당초 18일로 예정됐던 압둘 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의 방미 일정이 무기한 연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면전 압박은 피하는 가운데 이집트는 27일 가자지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아랍 정상회의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요르단과 이집트를 비롯한 아랍권 국가들이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 이주 문제 등을 놓고 공동 입장을 낸다는 방침이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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