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서 시승 행사, 차량 전시도… 머스크, 트럼프에 1억달러 기부 의향
정부 구조조정 머스크 월권 논란에, 테슬라 불매-차량 방화 등 시달려
美정부, 교육부 직원 1315명 해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자신이 구매한 테슬라의 플래그십 세단 ‘모델S’에 탑승하며 이렇게 말했다. 운전석에 앉은 트럼프 대통령 옆엔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DOGE) 수장 겸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자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테슬라와 같은 미국 기업을 건드리면 우리는 끝까지 쫓아갈 것이고 그들은 지옥을 맛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테슬라 구매 및 탑승 행사는 DOGE의 연방정부 구조조정 과정에서 월권 논란을 빚으며 불매 운동과 제품 방화 사건 등으로 사면초가에 몰린 머스크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취지로 해석된다.
실제로 이날 미 교육부는 정원(약 4133명)의 약 3분의 1에 달하는 1315명의 직원을 해고했다고 밝혔다. ‘머스크 논란’에도 불구하고 백악관이 DOGE가 추진 중인 연방정부 구조조정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머스크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지원에 보답하려는 모양새다. 뉴욕타임스(NYT)는 11일 머스크가 트럼프 대통령 측에 1억 달러(약 1450억 원)를 기부할 의향을 보였다고 전했다.● 테슬라 제품 전시장 된 백악관
이날 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경내에 자신이 구매한 테슬라 모델S, 사이버트럭, 모델Y 등 차량 5대를 전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빨간색 모델S를 가리키며 “내가 좋아하는 건 저것”이라며 운전석에 올라탔다. 또 “모든 게 컴퓨터다. 아름답다”고 말했다. 미국 내 모델S 가격은 7만3490∼8만8490달러(약 1억656만∼1억2731만 원)로 책정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내가 (테슬라 차를) 구매한 이유는 첫째로 이 제품이 정말 훌륭하기 때문이고, 둘째로 머스크는 이 일에 자신의 에너지와 인생을 바쳤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최근 테슬라 대리점을 향한 폭력 시위를 테러로 규정하고 “(머스크가) 소수의 사람들로부터 매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가 애국자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걸 알리고 싶다”고 했다. ‘테슬라 구매가 주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밤 12시경 트루스소셜에 “급진적인 좌파 광신도들은 늘 그래왔듯, 불법적인 방식으로 공모해 세계적인 자동차 제조업체 중 하나인 테슬라, 그리고 일론의 ‘아기(baby)’를 보이콧하려 하고 있다”며 “진정으로 위대한 미국인인 일론 머스크에 대한 자신감과 지지의 표시로 내일 아침 테슬라를 구매할 것”이라고 썼다.이날 자신의 다섯 살 아들과 백악관 행사에 참석한 머스크는 미국 내 테슬라 차량 생산량을 2배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친(親)트럼프 인사’인 폭스뉴스 앵커 숀 해너티도 이날 모델S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일각에선 이번 구매 행사가 공직자로서 이해 충돌 논란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NBC방송은 “백악관이 테슬라 전시장이 됐다. 현직 대통령은 물론 고위 정부 관계자가 특정 제품을 이렇게 명시적으로 지지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1기 때인 2017년 켈리앤 콘웨이 당시 백악관 선임 고문이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의 의류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려다 정부 윤리 부서로부터 경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 트럼프 “급진주의자 장악된 교육부 폐지”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교육부 직원 1315명을 일시에 해고하며 교육부 폐지 수순에 돌입했다. NYT에 따르면 교육부 직원은 4133명 중 지금까지 총 1950명이 감원됐다. 린다 맥마흔 교육장관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오늘 우리는 비대한 관료조직을 없애는 첫걸음을 내디뎠다”며 “우리는 교육을 빼앗는 것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교육에서 관료주의를 제거하고 주(州)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때 “교육부가 급진주의자, 광신도, 마르크스주의자들에게 장악됐다”며 교육부 폐지를 공약했다.
다만, 법률로 규정된 교육부를 대통령 권한으로 없앨 수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정부 부처 폐지를 위해선 미 상원에서 60명 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하지만, 공화당은 현재 53석만 확보하고 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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