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 총선, 反트럼프… “美편입 반대” 정당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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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득표율 3배로 올라 29.9%
‘美와 협력 확대’ 정당은 2위 차지
‘자치 확대’ 집권연합 3, 4위로 밀려

11일 총선이 치러진 덴마크령 그린란드 수도 누크의 투표소 앞에 시민들이 줄 지어 서 있다. 이날 총선에선 덴마크로부터 점진적 독립을 추구하며 미국 편입을 반대하는 민주당(29.9%)이 예상을 깨고 1위를 차지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편입 발언에 불안을 느낀 유권자들이 일단 덴마크 잔류를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누크=AP 뉴시스

11일 총선이 치러진 덴마크령 그린란드 수도 누크의 투표소 앞에 시민들이 줄 지어 서 있다. 이날 총선에선 덴마크로부터 점진적 독립을 추구하며 미국 편입을 반대하는 민주당(29.9%)이 예상을 깨고 1위를 차지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편입 발언에 불안을 느낀 유권자들이 일단 덴마크 잔류를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누크=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시탐탐 눈독을 들이고 있는 덴마크령 그린란드에서 11일 총선이 치러졌다. 덴마크로부터의 점진적인 독립을 추구하고, 미국으로의 편입을 반대하며 감세, 경제 성장 등을 중시하는 친(親)기업 성향의 야당 민주당(Demokraatit)이 예상을 깨고 ‘깜짝 1위’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유권자들이 미국으로의 편입을 반대하며 일단 덴마크에 남는 방안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민주당은 29.9%의 득표율로 1위를 기록했다. 2021년 총선에서 얻은 득표율(9.1%)의 3배 이상 많다.

트럼프의 그린란드 편입 발언에 대해 “정치적 독립에 대한 위협”이라고 비판해온 옌스 프레데리크 닐센 민주당 대표는 이날 결과가 발표된 후 “당장 덴마크로부터의 독립을 원하지 않는다. 탄탄한 경제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이어 “복지를 위한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더 많은 경제 활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만간 여러 정당과 연정 구성을 논의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린란드의 즉각적인 독립, 미국과의 협력 확대를 내세운 방향당(Naleraq)은 24.5%를 얻어 2위를 기록했다. 다만 민주당과 노선이 상당히 달라 1, 2위 정당의 연정 구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좌파 성향으로 현재 집권 연합을 구성하고 있는 이누이트 공동체당(IA)과 전진당(Siumut)의 득표율은 각각 21.4%, 14.7%다. 4년 전 총선(각각 37.4%, 30.1%)보다 지지율이 급락했다. 두 당은 덴마크로부터의 점진적인 독립, 미국 편입 반대 등을 외치고 있다. 현 수준에서 자치권을 확대하자는 입장이다.

1814년부터 덴마크 영토였던 그린란드는 1979년 일부 자치권을 인정받았지만, 외교·안보, 통화 결정권은 여전히 덴마크에 있다. 2009년 덴마크와의 합의로 독립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게 됐지만 지원금 감소 우려로 아직 투표가 이뤄지지는 않았다. 덴마크는 연간 약 10억 달러(약 1조4500억 원)를 그린란드에 지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 1월 그린란드 주민의 68%가 “독립을 지지한다”고 밝힌 2019년 여론조사를 거론하며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만들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최근 기후 변화로 북극 일대에 새 항로가 열리면서 그린란드의 지정학적 가치가 높아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 같은 발언에 그린란드와 덴마크 모두 거세게 반발하면서 반(反)트럼프 여론이 고조됐다. 이번 총선 결과 또한 이런 기류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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