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베트남 등 흑자국 긴장
美 LNG·농산물 수입 확대 추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부과한 가운데 동남아에서도 ‘미국발 무역전쟁’ 관련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태국과 베트남 등은 미국의 관세가 자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서두르고 있다.
11일 ‘무역전쟁 2025: 트럼프를 다루는 방법?’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태국 민관 합동 토론회에서 까리다 파오피칫 태국개발연구소(TDRI) 경제정보국장은 “미국의 무역전쟁이 세계와 태국 경제 모두에 위험과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태국도 미국의 관세전쟁으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며 돼지고기, 옥수수 등의 수입을 개방해야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태국의 지난해 대미 무역 흑자 규모는 456억 달러(약 66조원) 규모로 세계에서 11번째로 많았다.
끄리앙끄라이 티안누꾼 태국산업협회(FTI) 회장은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부과가 태국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지난해 미국으로 약 4만2000대를 수출한 태국 자동차 산업도 미국의 관세 부과로 타격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피산 마나와팟 전 주미 태국대사는 “과거에는 미국이 여러 국가에 무엇을 줄 수 있는지가 문제였지만 트럼프는 다른 국가들이 미국에 무엇을 줄 수 있는지 묻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기 위해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등을 검토하고 미국 제품 대량 구매에 관한 4개년 계획을 발표하라고 패통탄 친나왓 총리에게 건의했다.
중국과는 유대를 유지해야 하지만, 지나치게 밀착해 서방국과의 관계를 위험에 빠뜨려서는 안 된다고도 그는 조언했다.
대미 무역흑자 4위 국가인 베트남도 그간 공언한 대로 흑자 폭을 줄이기 위해 LNG 등 수입 확대 조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응우옌 홍 지엔 베트남 산업무역부 장관은 오는 13일 미국을 방문,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만나 이런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지엔 장관은 국영 가스기업 페트로베트남 가스, 전력기업 페트로베트남 파워, 베트남전력공사(EVN) 등 에너지 업계 대표단을 이끌고 미국을 찾아 미국산 LNG 구매 계약을 맺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LNG, 에탄올과 농산물 등 수입 관련 관세 개편을 발표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지엔 장관은 14일에는 미 에너지부 관리들과 회의할 예정으ㅗ 이 자리에서 다수의 합의서가 체결될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의 지난해 대미 상품 무역흑자는 1235억 달러(약 179조원)로 전년보다 18.1% 증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대미 흑자 폭이 중국·유럽연합(EU)·멕시코에 이어 4번째로 컸으며 증가율도 압도적으로 가장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