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 높던 일본에 무슨 일이…"한국 브랜드 모셔라" 러브콜

9 hours ago 4

일본 주요 오프라인 유통 기업이 한국 브랜드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국내 패션·뷰티 브랜드가 일본에서 연 팝업스토어에 ‘오픈런’이 벌어지는 등 한국 제품과 콘텐츠에 열광하는 일본 청년층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도쿄의 유명 서점인 츠타야 역시 한국 입점 기업을 물색하는 등 현지 유통 업체들이 ‘K콘텐츠’를 무기로 2030세대 잡기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콧대 높던 일본에 무슨 일이…"한국 브랜드 모셔라" 러브콜

◇K브랜드 찾는 츠타야

25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츠타야 서점 운영사 컬처컨비니언스클럽(CCC)은 국내 팝업스토어 전문 기업인 스위트스팟과 오프라인 팝업 및 행사 협력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CCC는 츠타야 서점, 티사이트, 쉐어 라운지 등 공간을 운영하는 일본의 라이프스타일 기업이다.

이번 MOU의 핵심은 한국에 일본 제품과 콘텐츠를 보내고, 동시에 일본 츠타야 서점 등 일본 오프라인 매장에 한국 브랜드를 소개하는 것이다. 스위트스팟은 한국에서 누적 8700건의 팝업스토어 운영과 마케팅을 진행한 경험을 갖고 있다. 김정수 스위트스팟 대표는 “한·일 양방향으로 브랜드와 콘텐츠가 오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했다.

CCC뿐만 아니다. 일본 주요 오프라인 상업시설들은 집객 효과가 큰 K브랜드 유치 경쟁에 나서고 있다. 지난 24일엔 서울 한남, 북촌, 성수의 분위기를 상징하는 한국의 신진 패션 브랜드들이 도쿄 하라주쿠에 집결했다. K브랜드 해외 매니지먼트사인 서울쇼룸이 인기 브랜드를 모아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한 패션 브랜드 관계자는 “도쿄와 오사카의 핵심 상권에 수십 여개의 K패션과 뷰티 팝업 스토어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며 “여러 채널을 통해 일본 진출에 대한 문의가 들어와 협력사를 선택해야 할 정도”라고 했다.

국내 유통사들도 팔을 걷어붙였다. 현대백화점은 오는 7월 일본 도쿄 오모테산도에 위치한 오모카도 3층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연다. 오모테산도는 글로벌 명품 매장이 밀집한 도쿄 최고의 프리미엄 상권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11월 도큐 그룹의 도큐 리테일 매니지먼트사와 상업시설 협력 관련 MOU를 맺었다. K뷰티 브랜드 코랄헤이즈, 골프 패션 브랜드 욜프 등을 도쿄에 팝업으로 소개했다.

◇일본 젊은 세대 ‘오픈런’

과거 일본 백화점은 명품이 아닌 이상 해외 브랜드가 진입하기 쉽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입점 조건을 대폭 완화해 K브랜드를 유치하고 있다. 한 국내 인디 패션 브랜드 대표는 “일본 백화점 내 임시매장 운영을 위한 미팅을 했는데, 백화점 사장이 직접 나왔을 정도로 국내 브랜드 유치에 적극적이다”며 “일부 유통사는 국내에서도 대중화되지 않은 신진 브랜드를 콕 집어 요청하기도 할 정도”라고 귀띔했다.

이같은 흐름은 해외 진출을 노리는 한국 신진 업체와 일본 유통업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게 업계 평가다. 지금 일본 오프라인 상업시설의 가장 큰 고민은 고객 고령화다. 기존 내수 브랜드로는 젊은 세대를 매장으로 유인하는 데 한계가 컸다. K브랜드는 젊은 세대가 긴 대기줄을 설 정도로 공간에 활력을 집어 넣는다. 일본 중고 플랫폼 라쿠텐 라쿠마가 실시한 조사에서 여성의 75.9%는 ‘패션에 참고하는 나라’로 한국을 선택했다. 전체 조사 대상 국가 중 압도적 1위다.

대형 유통 시설 뿐 아니라 편의점 채널에서도 K브랜드의 영향력은 확대되고 있다. 이베이재팬이 운영하는 큐텐재팬은 오는 9월부터 일본 전국 세븐일레븐 매장에 K뷰티 전용 코너를 마련한다. 지난해 일부 점포에서 진행한 시험 판매 성과가 기대치를 웃돌자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K-푸드를 기반으로 한 팝업도 인기다. 도쿄 이세탄신주쿠 베이커리 코너에서 선보인 한국 베이커리 브랜드 ‘밭’의 감자빵 팝업은 해당 부문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hy가 지난달 시부야 마루이에서 진행한 세븐틴 협업 떡볶이 팝업도 판매 물량을 조기에 소진하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

다만 팝업 스토어의 인기가 장기적인 상설 매장의 성공으로 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팝업은 짧은 기간에 한정 물량과 희소성으로 수요를 끌어올리는 구조라 상설 매장과는 차이가 크다”며 “K브랜드가 일본 시장을 제대로 공략하기 위해선 팝업을 넘어 상설 매장의 성공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