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은 한글을 언어가 아니라 재미있는 도형처럼 봅니다. 단순히 문자를 넘어 먹고 소장하는 ‘문화 상품’이 될 수 있는 이유죠.”
타일러 라쉬 칼파벳 대표는 2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K팝, K드라마를 넘어 이제는 한글 자체를 하나의 디자인 콘텐츠로 소비하는 시대”라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 출신 방송인 라쉬 대표는 2014년 예능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을 통해 이름을 알렸다. 그는 능숙한 한국어를 선보이며 날카로운 한국 사회 비평으로 주목을 받았다. 최근에는 한글을 소재로 한 식품 브랜드 ‘칼파벳’의 공동 창업자로 활약 중이다. 이들이 내놓은 ‘한글과자’(사진)는 한글 자음과 모음 모양을 본뜬 비건 스낵이다. 어린이부터 외국인 관광객까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한 곡물의 맛을 앞세웠다.
최근 해외 시장의 반응도 뜨겁다는 게 그의 얘기다. 지난 8일 일본에서 열린 K팝 페스티벌 ‘KCON’에 참가한 한글과자는 10~20대 관람객의 호응을 얻으며 현장에서만 SNS 팔로어를 700명 가까이 늘렸다. 라쉬 대표는 “부스에 젊은 일본 여성 관람객이 특히 많이 모였다”며 “‘ㅇ’이나 ‘ㅁ’ 모양을 보고 ‘카와이(귀엽다)’라고 반응하거나, 자기 이름이 한글로 어떤 모양인지 물어보는 사람이 많았다”고 전했다. 또 “한글 스티커와 굿즈 등을 받기 위해 줄을 선 관람객도 적지 않았다”며 “과거엔 K팝과 드라마가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한글 자체도 하나의 팬덤 콘텐츠가 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일부 외국 소비자는 한글과자로 자신의 한글 이름을 만들어 ‘인증샷’을 올리는 등 하나의 놀이 문화로 소비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라쉬 대표는 어떻게 자신의 모국어가 아니라 한글로 과자를 만들 생각을 했을까. 그는 “해외에는 알파벳 모양 과자를 통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글자를 접하는 문화가 있지만, 한국에는 한글을 소재로 한 대중적 식품이 드물다”며 “동북아시아에서 자국의 문자로 이런 시도를 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뿐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외국인으로서 직접 한국어를 배운 경험도 창업의 발판이 됐다. 라쉬 대표는 ”한글은 아시아권의 다른 문자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고, 자모음의 조합 원리가 명확해 시각적 임팩트가 강하다”며 “한국인에게는 익숙하겠지만 외국인의 눈으로 본 한글은 훌륭한 디자인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글과자를 교육용 상품에만 가두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한글을 ‘공부 대상’으로 접근하면 확장성이 제한된다는 이유에서다. 라쉬 대표는 “한글을 모르는 사람도 과자가 귀엽고 재미있어서 먼저 집어 들게 만들어야 한다”며 “그다음에 이게 어떤 소리인지, 내 이름은 어떻게 쓰는지 궁금해하도록 유도하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칼파벳은 유통 채널을 빠르게 넓히며 대중과의 접점을 늘리고 있다. 최근 YES24와 명동 신세계면세점 본점에 공식 입점한 데 이어, 올해 추진 중인 카페·서점·편집숍 등과의 협업만 200여 건에 달한다.
강윤지 기자 yuntor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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