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우림 하면 흔히들 아마존을 세계 최대 정글로 떠올린다. 재미있는 사실은 열대우림에도 계급이 있다는 것이다. 생성된 시간 순서에 따라 거슬러 올라가면 태고의 선배인 보르네오가 아마존보다 한참 앞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마존이 형성되기 한참 전인 1억3000만 년 전부터 보르네오는 생명의 맥박을 이어오고 있었다. 아직 어린 아마존이 끝없이 수평의 제국을 펼치고 있다면 맏형 보르네오 다눔밸리는 하늘을 향해 솟구친 수직의 전당으로 생명의 원천이 돼왔다. 활엽수로서는 드물게 높이 100m에 육박하는 나무들이 숲을 이룬 이곳은 영국 황태자를 필두로 전 세계 탐조인에게 손꼽히는 버킷리스트다.
보르네오 다눔밸리를 찾아 숲속 나무 오르기 체험을 했다. 아파트 15층 높이 나무에 매달려 내려다본 보르네오 숲은 그저 여느 숲의 단순한 풍경이 아니었다. 그것은 아마존보다 7000만 년이나 더 긴 시간을 견뎌온,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생명의 도서관’이었다. 그곳의 장서를 한 장씩 넘겨보는 경이로운 체험이었다.
이 웅장한 생명과 역사의 체험을 놀랍도록 편안하게 제공하는 곳은 밀림 속 5성 호텔, 보르네오 열대우림 로지(Borneo Rainforest Lodge, Danum Valley)다. 말레이시아 정부의 엄중한 보호 아래 허가된 인원에게만 출입이 허락되는 보호구역이다. 이곳은 ‘코타키나발루’에서 50분간 비행해 관문인 ‘라하드다투’를 거쳐야 하고, 그곳에서 다시 두 시간 반 정도 정글을 헤치고 달리는 수고를 들여야 다다를 수 있다. 그럴 만한 가치가 있냐고? 그렇다. 이 땅에 다다르면 열대우림이 쏟아내는 산소에 가슴은 뻥 뚫리고, 수없이 많은 새의 지저귐 속에 이런 생각이 든다. ‘만약 낙원이 있다면 여기겠지.’
천혜의 자연에 고립된 채 태고의 신비를 만끽하게 해준다. 잠에서 깨면 숙소 문 앞으로 찾아온 신비한 ‘붉은잎원숭이’가 인사를 건넨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몸과 마음에 쌓인 온갖 톡신에서 자유로워지는 경험, 그야말로 피지컬·디지털 디톡스다! 도심의 숨 가쁜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와 디지털 압박에서 잠시나마 자유로워져 와이파이 신호 대신 새들의 주파수에 귀 기울이는 사치를 누려본다.
이곳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만끽하기 위해선 조금 수고스러운 트레킹은 필수다. 진흙과 코끼리가 남긴 흔적을 딛고, 숲에 도사리는 거머리를 피해 가며 가이드와 함께 동식물을 찾아 걷는 것. 빽빽한 원시림 속 가늘게 난 길을 따라 열대우림의 신선한 속살을 체험하는 다양한 코스가 준비돼 있다. 어스름이 내려앉는 열대우림엔 시끄럽던 새들이 야행성 동물에게 무대를 내주고 잠자리에 들며 처음 들어보는 백색소음이 피곤한 몸을 달래준다.
하지만 그대로 잠들기엔 아쉽다. 로지에서 투숙객을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나이트 드라이브와 나이트 워킹 프로그램이 기다리기 때문이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 정글 길을 전기 카트로 돌아보며 야생동물 흔적을 찾는 과정은 이내 일행과의 진지한 보물찾기가 된다. 멸종 위기인 피그미코끼리와 표범은 쉽사리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족과 함께한 깊은 정글 밤 마실은 모두를 달콤한 꿀잠으로 안내한다. 나도 몰래 스르륵 잠에 빠졌다가 소란스러운 새소리에 아침을 맞이하는 호사를 누린다.
래프팅은 힐링의 정점이다. 숙소 앞 굽이굽이 흐르는 다눔강에 고무보트를 띄우고 직접 노를 저어 두어 시간 돌아보는 시간. 숙련된 가이드가 함께할 뿐 아니라 수심이 낮고, 수변의 다양한 동물을 목격하는 행운을 만날 수 있어 만족도가 높았다. 먼 거리였지만 오랑우탄과 눈빛을 교환하는 순간은 잊지 못한다. 보석 같은 물총새(킹피셔)와의 만남, 그리고 숲속 주인의 ‘사부작사부작’ 걸음걸이에 잠시 개입해 맛보는 자연의 신비가 놀라운 평화로움을 선사했다.
많은 프로그램 중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것은 역시 나무 오르기 체험이었다! 007 시리즈의 ‘M’을 연기한 주디 덴치가 이곳에서 나무에 오른 다큐멘터리 장면이 인상적이었는데, 마침 시범 운영 중인 프로그램을 체험해볼 수 있었다. 높은 곳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은 걱정됐지만 M처럼 멋지게 성공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도전에 나섰다. 준비된 안전 장비를 갖추고 어깨를 으쓱하며 올라간 45m 정상. 오랑우탄의 시선으로 숲을 내려다본 순간은 여전히 짜릿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이 수직의 전율은 지상 26m 높이 캐노피 워크웨이로 이어진다. 트리 클라이밍이 거인과의 정면 승부였다면 300m 길이 공중 다리를 걷는 이 시간은 숲의 지붕 위를 유영하는 평화로운 산책이다. 코뿔새가 무심하게 머리 위를 가로지르고, 붉은잎원숭이가 가지 사이로 인사를 건넨다.
리조트를 떠나며 다시 덜컹거리는 정글 길에 몸을 싣는다. 디지털의 파도와 도심의 소음 속으로 돌아가겠지만 마음 한편엔 15층 높이 나무 위에서 마주한 광활한 호연지기가 단단하게 자리 잡았다. 이 1억 년 된 생명의 도서관이 앞으로도 장엄한 기록을 이어가길, 우리 가족이 넘긴 그 페이지가 다음 세대에도 아름다운 해피엔딩으로 기억되길 바랄 뿐이다. 이제 서재에 놓인 나무 가구를 볼 때마다 나는 그 너머의 진짜 보르네오를, 깊고 푸른 수직의 전당을 그리워할 것 같다. 아마존보다 7000만 년을 더 견뎌온 활엽수의 기적, 그 노련한 생명의 지혜를.
보르네오(말레이시아)=이헌 아르떼 칼럼니스트

9 hou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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