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목 최고 세율 50%에 달하는 한국의 상속세는 기업의 세대 간 상속을 기피하게 하는 대표적 악법으로 꼽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이렇다 보니 삼성 같은 총수 일가가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지분을 팔고, 중견기업은 상속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글로벌 선진국보다 유독 높은 상속세율 때문에 한국의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고 기업의 자유로운 경영 활동도 제한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제신문이 24일 한국경제인협회와 함께 한·미 양국의 상속세법을 비교한 결과, 양국 간 가장 크게 차이 나는 제도는 배우자, 직계비속(자녀·손자 등) 공제로 평가됐다. 미국은 배우자에 대해선 상속세를 완전히 면제하고 있다. 자녀, 손자녀 등 직계비속은 지난해 기준 1399만달러(약 200억원)까지는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한국은 일괄 공제 5억원, 배우자가 있으면 5억원을 공제해 주는 게 전부다. 가업 상속공제제도가 있지만 조건이 까다롭다. 10년 이상 계속 경영하고 매출 5000억원 미만인 중견·중소기업에만 적용된다. 상속 후 10년 이상 가업을 유지해야 하는 의무도 있다.
최대주주에 20% 더 과세하는 ‘최대주주할증과세’는 세계에서 가장 가혹한 상속세제로 통한다. 한국의 명목 최고 세율은 일본(5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지만, 최대주주할증과세를 적용하면 최고 세율이 60%로 뛰어올라 사실상 1위가 된다. 미국의 최고 상속세율은 40%이고, OECD 회원국의 평균 상속세율은 26.5%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