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이 약하면 불법이 권리가 된다...부당거래 쉬운 한국[위클리I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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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잇는 증권사 부당거래, 미공개정보로 부당이득
내부통제 강화만으로는 금융범죄 못 잡아
전문가 “실제 처벌 수위 높여 경각심 키워야

  • 등록 2025-11-01 오후 12:00:00

    수정 2025-11-01 오후 12:00:00

[이데일리 지영의 기자] 이번주 자본시장에서는 국내 대형 증권사인 NH투자증권에서 고위 임원이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로 압수수색을 받으며 논란이 일었다. 증권사 고위직이 최근 2년간 공개매수 관련 내부정보를 지인에게 전달해 약 20억 원의 이익을 챙긴 정황이 드러나면서 내부통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불공정거래를 막기 위해서는 내부 규정보다 처벌의 실질적 집행력과 재범 방지 제도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로 구성된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은 NH투자증권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고위 임원 및 직원이 상장사 공개매수 관련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가 포착돼서다.

A전무는 최근 2년간 NH투자증권이 주관한 11개 상장사 공개매수 과정에서 내부정보를 직장 동료와 가족 등에게 전달해 약 20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NH투자증권은 A전무를 직무에서 배제하고 윤병운 대표가 직접 이끄는 내부통제 강화 태스크포스(TFT)를 신설해 수습에 나서는 양상이다.

정부는 주가조작 및 내부자거래 등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해 규제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비슷한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NH투자증권 외 다른 대형 금융사에서도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가 불거졌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7월 메리츠화재 전 사장과 임직원 5명을 미공개정보이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지난 2022년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계열사 주식을 집중 매수했고, 합병 발표 직전인 11월 7~10일 대량 매수에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불공정거래 98건 중 미공개정보이용이 59건으로 가장 많았다. 부정거래(18건)나 시세조종(16건)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공개매수 관련 호재성 정보를 활용한 거래가 다수 발생하면서, 관련 혐의 통보 건수는 전년 대비 증가했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미공개정보 이용행위를 한 경우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부당이익의 4~6배 벌금형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2배 이하 과징금 부과가 가능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초범이거나 이익이 이미 환수된 경우 벌금형이나 집행유예에 그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실제 처벌이 미약하다보니 적발돼 처벌 받고도 또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범죄에 나서는 사례도 적지않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미공개정보이용으로 적발된 인원의 약 23%가 재범이었다.

내부통제 강화 노력에도 사전적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증권사 IB부서는 인수합병(M&A)과 지배구조 개편 등 민감한 정보를 다루지만, 정보 접근 권한과 거래 제한이 명확히 분리되지 않아 통제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내부정보 접근자에 대한 모니터링과 가족 및 관계자 금융정보 관리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한 금융 전문 변호사는 “실제 강하게 처벌된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에 미공개정보 이용이 ‘위험을 감수할 만한 범죄’로 인식된다”며 “불법이익 전액 환수와 금융권 종사 제한 같은 고강도의 실질적 제재가 병행돼야 재범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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