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불장' 맞아?"…'178만원→28만원' 추락에 눈물 [노정동의 어쩌다 투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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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활건강 '더 후' 모델 배우 김지원. 사진=LG생활건강

LG생활건강 '더 후' 모델 배우 김지원. 사진=LG생활건강

"코스피가 세계 1위 '불장'(강세장)이라는데 LG생활건강에도 관심을 좀", "중국 한한령(한류 제한령) 해제 모멘텀에도 꿈쩍하지를 않네요", "당분간 관심을 꺼야 주주들 정신 건강에 좋습니다", "젠슨 황이 치약이라도 한 번 들어줬으면" (LG생활건강 인터넷 종목 토론방)

한때 황제주(1주당 주가 100만원) 지위에 올랐던 LG생활건강 주가가 끝 모를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효자' 역할을 했던 화장품 부문이 중국 시장에서 타격을 받으면서 20년 만에 영업적자를 기록한 데다 내수 비중이 높은 생활용품과 음료부문도 매출 증가 여력이 제한되면서다.

증권가에선 목표주가를 추가로 하향 조정하면서 당분간 보수적 접근을 이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야후파이낸스

사진=야후파이낸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LG생활건강 목표주가를 기존 32만원에서 29만원으로 낮춰 잡으며 "당분간 이익 부진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3분기에도 화장품 사업 부문의 영업적자가 지속될 전망"이라며 "북미 투자 확대 등으로 영업 비용이 늘고 있고 브랜드 건전성 제고를 위해 선제적인 물량 조정 등 국내 사업은 재정비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이었던 2021년 7월 주가가 한때 178만원까지 올랐던 국내 대표 '황제주'였다. 이후 중국 시장 매출이 줄고 비(非)중국 시장으로의 전환에 실패하면서 지난 2분기에는 20년 만에 화장품 사업 부문이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현재 주가는 28만원대까지 떨어졌다.

2025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주간 시작 첫날인 27일 경북 경주 황룡원에 마련된 K-뷰티 LG생활건강 부스가 참석자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최혁 한국경제신문 기자

2025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주간 시작 첫날인 27일 경북 경주 황룡원에 마련된 K-뷰티 LG생활건강 부스가 참석자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최혁 한국경제신문 기자

'더 후' 같은 고급 브랜드를 앞세워 중국 사업에서 실적이 고공행진 했지만, 코로나19 이후 다양한 경쟁 브랜드가 등장한 데다 럭셔리 뷰티 제품에 대한 선호도까지 떨어진 것이 '실적 한파'의 배경이 됐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기준 중국 매출 비중이 45%에 달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은 것이 리스크로 지적돼왔다.

내수 위주의 생활용품 및 음료부문은 화장품이 부진할 때 실적 버팀목이 돼 왔지만, 매출 증가 여력이 제한된 분야다. 특히 음료 부문은 올 상반기 전체 영업이익의 45%를 차지할 정도로 기여도가 크지만, 고환율에 따른 원가 상승과 이에 따른 수익성 하락 압력이 커 실적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지난달 회사를 이끌 '수장'을 조기 교체하면서 변화를 꾀하고 있다. 2023년부터 회사를 이끌어온 이정애 사장이 용퇴하고 이선주 사장을 새 최고경영자(CEO)로 임명했다.

이 사장은 30여년간 글로벌 뷰티 업계에서 활동한 '화장품 전문가'다. 로레알 코리아에서 입생로랑과 키엘을 맡아 국내 매출을 끌어올렸고, 키엘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면서 매출을 두 배로 늘려 로레알 럭셔리 부문 내 2위 브랜드로 격상시켰다.

이후 메디힐 운영사인 엘엔피코스메틱에서 글로벌 전략을 지휘했고, 카버코리아 대표를 맡아 해외 시장 개척에 집중하는 등 다국적 기업과 K뷰티 양쪽을 경험했다. 업계는 그가 브랜드 육성과 글로벌 시장 확장에 강점을 지닌 인물로 평가한다.

다만 중국 의존도가 높은 화장품 부문 구조조정은 과제로 떠오른다.

앞서 LG생활건강은 북미 진출을 목표로 미국 화장품 브랜드 '에이본' 인수(2019년), '피지오겔' 아시아·북미 사업권 확보(2020년), '유시몰' 글로벌 사업권 확보(2020년), '더크렘샵' 지분 투자(2022년) 등을 통해 브랜드 포트폴리오 개선을 시도했다.

'빌리프·CNP'가 북미·일본에서, 2023년 경영권을 인수한 K뷰티 브랜드 '힌스'가 일본에서 호응을 얻고는 있으나 '더 후'를 잇는 대형 브랜드가 부재하다는 평가다.

손민영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LG생활건강 기업분석을 개시하며 투자의견을 '홀드(Hold·보유)'로 제시했다. 홀드는 이미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면 매도할 필요는 없으나, 매수를 권하지는 않는 정도로 해석된다.

그는 "화장품 부문에서 체질 개선을 위한 구조조정을 본격화하고 비중국 시장에서 브랜드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단행하고는 있으나 성과 확인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비용 집행에 따른 단기 수익성 부담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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