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오늘날 탄소는 기후 위기의 주범으로 알려져 있다. 각국 정부는 탄소 중립을 핵심 국정 과제로 삼고, 기업들은 탈탄소 경영을 비전으로 내세운다.
60여 년간 환경운동을 해온 저자는 이 같은 탄소에 대한 상식을 근본부터 뒤흔든다. “탄소는 생명의 모든 자취에 활기를 불어넣는 공학자이자 제작자”라며 인류 발전의 분기점마다 결정적 역할을 했던 탄소의 긍정적인 면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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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모니아 비료를 대체하기 위해 만든 ‘탄소 비료’는 농업 생산량을 기존의 2~3배로 끌어올리며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음식이 남아도는 시대를 열었다. 탄소 원자 60개로 구성된 ‘풀러렌’은 에이즈 등의 항바이러스제로 쓰인다. 해로운 원소로만 알려졌던 탄소가 실은 의료, 항공 우주, 전자공학 등 수십 가지의 산업 분야에서 없어서는 안 될 물질인 것이다.
문제는 탄소 배출량이 아니라 ‘탄소의 흐름’이다. 탄소는 공기 중 떠다니다가 식물로, 바다로, 다시 토양으로 이동하며 지구 전체에 에너지를 전달하는데 이런 순환의 흐름이 인간의 과도한 개발 욕망 탓에 끊어졌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바다는 연간 20억t(톤)의 탄소를, 곰팡이는 132억t을 빨아들이는데, 수십 억년 동안 지구를 지탱하던 탄소의 흐름이 인간에 의해 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무분별한 벌목으로 나무 6종 중 1종이 멸종 위기에 빠지고, 살충제와 제초제로 곤충 세계가 붕괴하며 꽃가루받이가 줄어든 현실을 고발한다.
저자는 기후위기의 진정한 해답은 인간의 인위적인 개입이 아닌, 탄소의 흐름과 자연의 재생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양날의 검’인 탄소를 어떻게 사용할지, 이제야말로 제대로 된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