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세상의 모든 일이 '연'으로 연결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을 찾은 홍콩 영화계의 거장이자 극작가, 화가인 두국위는 자신이 쓴 광둥어 오페라 '죽림애전기'의 공연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홍콩 영화계 거장, 광둥어 오페라 무대로
"사람과 사람의 관계, 사랑 이야기를 쓰는데 집중해왔어요"
두국위는 관객들이 자신의 이름을 들으면 연인과의 사랑 이야기를 떠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름은 한국 관객에게도 낯설지 않다. 그는 홍콩 뉴웨이브 영화의 대표 감독 서극과 함께 '상하이 블루스'(1984)를 집필했고, 임청하가 주연한 '도마단', 그리고 금성무, 저우쉰, 지진희가 출연한 뮤지컬 영화 '퍼햅스 러브'(2005)의 각본을 썼다. 퍼햅스 러브는 영화 '첨밀밀'의 진가신 감독이 만든 작품으로 국내에서 홍콩 뮤지컬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기도 하다.
무대에서 살아나는 그의 수묵화
영화와 희곡 작가로 명성을 얻은 그는 사실 6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그림을 그려온 화가이기도 하다. 영남파 거장에게 사사받은 그의 수묵화는 전통을 기반으로 독창적인 색채와 구도가 특징이다. 이번 죽림애전기 무대에는 두국위의 실제 그림이 프로젝션 맵핑 기술을 통해 무대 위에 투영된다. 대나무 숲, 산수화, 매화 등이 살아 움직이며 배우들의 노래와 무술, 춤과 어우러진다. 그는 "자신의 그림이 무대에서 움직이는 것을 보니, 오랫동안 따로 걸어온 길들이 하나로 합쳐지는 것 같다"라며 이번 작품의 남다른 의미를 전했다.
죽림칠현 후예들의 이야기
왕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격동기를 배경으로 쓴 작품 '죽림애전기'의 배경은 위나라에서 진나라로 교체되던 3세기 중국이다. 주인공은 죽림칠현의 후예 시앙충과 지단이다. 죽림칠현은 정치와 권력에서 등을 돌리고 죽림에 모인 일곱 명의 선비다. 지단의 아버지 혜강이 새 왕조에 의해 처형당하면서, 두 사람은 아버지의 유물인 고금을 찾고, 권력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한다. 진나라 황제는 지단의 미모를 탐내고 시앙충은 벼슬길을 고민하며, 두 사람은 생사의 갈림길에 선다.
이 작품은 홍콩에서 초연된 후 광둥을 거쳐 서울을 찾았다. 국립극장이 주최하는 '창극 중심 세계 음악극 축제'의 일환으로, 한국에서 전막 광둥어로 된 오페라 '죽림애전기'가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연에는 홍콩중악단이 함께해 고쟁, 이호, 양금 등 중국 전통 악기와 서양 현악기를 연주한다.
두국위는 "모든 것은 정해진 인연에 의해 결정된다고 믿는다"며 한국에서 자막 없이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를 보고 큰 감동을 받은 한 홍콩 배우의 이야기를 전했다. 감동적인 공연을 감상하는 데 언어와 국경은 더이상 장벽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는 "한국 관객 앞에서 저의 분신과도 같은 광둥어 오페라를 보여드릴 수 있게 되어 큰 행운이다"고 덧붙였다.
죽림애전기는 단순히 전통극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광둥 지역 전통 창법과 무술, 수묵화풍 무대와 첨단 프로젝션 기술이 어우러진 '종합예술'의 무대다. 홍콩 영화와 오페라를 사랑하는 모든 관객에게 두국위의 이름은 곧 추억이자, 새로운 발견이 될 것이다. 죽림애전기는 9월 12일과 13일 양일간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열린다.
조동균 기자 chodog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