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옷 입고 중국어 연설까지…칩의 황태자, 화끈한 친중 마케팅

5 hours ago 3

중국 공급망박람회 참석…올해 들어 벌써 3번째 訪中

中전통의상 입고 무대 올라
중국AI 플랫폼 극찬하기도
“딥시크는 이미 월드클래스”

행사장 찾은 中실세 허리펑
“세계 공급망 협력 강화할 것”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3회 중국국제공급망촉진박람회 개막식에서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검은 가죽 재킷 대신 중국 전통의상을 변형한 당복(唐裝)을 입고 연설하고 있다. 그는 “(중국) 친구들과 손잡고 AI시대에 함께 번영과 미래를 열 것”이라고 강조했다. [AP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3회 중국국제공급망촉진박람회 개막식에서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검은 가죽 재킷 대신 중국 전통의상을 변형한 당복(唐裝)을 입고 연설하고 있다. 그는 “(중국) 친구들과 손잡고 AI시대에 함께 번영과 미래를 열 것”이라고 강조했다. [AP연합뉴스]

“인공지능(AI)이 중국의 놀라운 공급망 생태계에 새로운 산업혁명과 성장 기회를 촉발할 것이다.”

미·중 AI 패권전쟁의 틈바구니에 낀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의 거침없는 중국 공략 의지가 주목받고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상대로 절박하게 대중 H20 AI 칩 수출 허가를 설득한 그가 이번엔 중국 현지에서 확실한 친중 행보를 선보인 것이다.

황 CEO는 16일 중국 베이징 순이구에서 열린 ‘제3회 중국국제공급망촉진박람회(CISCE)’ 개막식에 외국 기업 대표 연사로 참석해 “AI는 모든 산업과 기업, 제품, 서비스의 중심이 될 것”이라며 그 중심에 중국 시장이 자리 잡고 있음을 강조했다.

대만계 미국인인 황 CEO의 방중은 올해 들어 이번이 세 번째다. 그는 이번 방문에서 처음으로 중국 전통의상을 입고 연설 일부를 중국어로 소화하는 등 화끈한 친중 쇼맨십을 선보였다.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검은색 가죽 재킷 대신 중국 청나라 시대 복식을 현대식으로 개조한 당복을 입고 등장해 대중을 놀라게 했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AI 칩 수요처인 중국을 포기하면 엔비디아는 성공할 수 없다는 절박함과 특유의 동물적 세일즈 감각이 그의 연설 내용과 의상에 녹아 있다는 평가다.

황 CEO는 연설 내내 중국의 AI 역량을 높이 평가하며 중국과 협력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딥시크, 알리바바, 텐센트, 미니맥스, 바이두의 어니봇 같은 모델은 월드클래스”라며 “중국의 오픈소스 AI는 세계 진보의 촉매제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와 산업이 AI 혁명에 참여할 기회를 줬다”고 치켜세웠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오른쪽)가 1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3회 중국국제공급망촉진박람회 개막식 연설 후 몰려든 청중 및 참가자들과 반갑게 사진을 찍고 있다. [AP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오른쪽)가 1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3회 중국국제공급망촉진박람회 개막식 연설 후 몰려든 청중 및 참가자들과 반갑게 사진을 찍고 있다. [AP연합뉴스]

또 “AI의 다음 단계는 물리세계를 이해하고 추론하며 작업하는 로봇 시스템”이라면서 “10년 안에 공장들은 AI가 조율하는 로봇으로 구성된 팀이 사람과 함께 일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CEO는 연설 중간중간 중국어를 쓰면서 청중의 환호를 끌어냈다. 그는 “중국어로 연설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 매우 긴장된다”고 말한 뒤 중국어로 “처음으로 공급망박람회에 참가했는데, (박람회) 규모가 상당하고 현장 분위기도 매우 활기차다”며 약 1분간 인사말을 전했다. 연설 말미에도 짤막하게 중국어로 “엔비디아는 중국에서 계속 운영된다”며 “친구들과 함께 AI 시대의 번영과 미래를 열 것”이라고 언급했다.

황 CEO는 그동안 미국 정부의 대중 수출통제 조치를 비판해왔다. 지난 5월 대만에서 열린 ‘글로벌 미디어 Q&A 행사’에서는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는 잘못된 정책”이라며 “엔비디아뿐 아니라 전체 반도체 산업에 큰 타격을 줬다”고 지적했다. 특히 엔비디아의 중국 전용 AI 칩 제품인 ‘H20’의 수출 제한으로 최대 55억달러(약 7조6000억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제재가 오히려 중국의 AI 개발을 촉진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5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밀컨 콘퍼런스 2025’에서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로 중국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고 꼬집은 뒤 그는 “우리가 특정 시장을 떠나면 다른 누군가가 대신할 것”이라며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기술 기업 중 하나인 화웨이가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연설에서 보여준 그의 파격 행보에 중국 현지 매체들은 중국 문화에 대한 존중과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나타낸 행동이라고 평가했다. 친중 행보가 부담스러울 수 있는 대만계임에도 사업을 위해서는 국경을 아랑곳하지 않는 사업가의 기질을 유감없이 드러냈다는 것이다.

사진설명

황 CEO는 이번 방중 기간에 리창 국무원 총리, 허리펑 부총리 등과 면담을 추진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14일에는 중국 스마트폰·전기차 업체인 샤오미의 수장 레이쥔 CEO를, 지난 15일에는 런훙빈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 회장을 각각 만났다.

박람회 개막을 하루 앞둔 15일에는 베이징에서 취재진과 만나 미국 정부가 그동안 통제해온 자사의 중국 전용 AI 칩인 ‘H20’의 중국 판매가 가능해졌다고 직접 밝히기도 했다.

특히 황 CEO의 방중은 미국 정부가 H20의 대중 수출을 허용하기로 한 직후 이뤄져 많은 관심을 불러모았다. 이날 박람회 현장에도 황 CEO를 보기 위해 국내외 취재진이 일찌감치 집결했다. 박람회 현장에 차려진 엔비디아 부스 역시 많은 취재진과 관람객들로 붐볐다.

엔비디아 부스 전면에는 자사 제품을 사용한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제품들이 배치됐다. 로봇 산업을 대대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중국 시장을 고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지포스’ 그래픽카드 등 다른 제품도 진열했다. 다만, 미국 정부의 대중 수출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H20은 보이지 않았다.

한편 허 부총리는 이날 박람회 기조연설을 통해 전 세계 공급망에서 중국의 역할을 강조함과 동시에 미국의 관세정책을 비판했다. 허 부총리는 “중국은 글로벌 공급망의 중요한 고리로 행동에 나서고 있다”며 “안정적인 운영을 보장하고 글로벌 공급망 협력 심화와 세계 경제 회복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각국 기업에 더 많은 투자 공간과 성장 가능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무역전쟁에는 승자가 없다”며 “경제·무역 문제를 정치화, 이념화, 안보화하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부연했다. 국가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미국을 겨냥한 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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