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요미우리 신문 보도
후쿠시마 오염수·자위대 방위력 강화 등
中과 이해관계있는 사안 서명운동 개입 정황
지리적 인접·조선족 거주자 많은 한국도 포착
중국의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과 관련한 일본내 시민단체의 서명운동에 중국발 여론 공작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한국에서는 이미 네이버, 다음 등 포탈에서 중국발 조직적 댓글공작에 이어 국내 언론사로 위장한 웹사이트까지 포착된 가운데, 일본에서도 조직적 여론 공작 정황이 최근들어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2일 요미우리신문은 일본의 시민단체가 자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서명 운동에 중국 정부 차원의 개입이 의심되는 정황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타겟은 지난 2023년 8월 시작됐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서명과 2019년 5월 시작됐던 자위대의 난세이 제도 방위력 강화에 반대하는 내용의 서명이었다. 이들 서명은 서명 플랫폼 ‘Change.org’에 게재됐다.
요미우리신문은 2024년 1월 시점에 각 서명 사이트 링크가 포함된 SNS 게시물 총 1176개에 대한 분석을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에 의뢰했다. 그 결과 이들 중 4개의 X(옛 트위터)계정이 중국 정부의 여론 조작 개입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이 나왔다.
근거는 해당 계정들이 기존 중국발 여론 공작 계정들과 공통점이 다수 발견 됐다는 점이다. 예컨대 이들 계정은 △같은 뉴스 기사와 게시물을 반복적으로 확산 △시진핑 주석을 비판하는 중국 반체제 인사에 대한 공격 △중국 외교관의 게시물을 공유하는 등의 공통된 특징을 보였다.
해당 계정들은 ASPI뿐 아니라 대만 사이버 보안 기업 ‘TeamT5’와 캐나다 연구기관 ‘시티즌랩(Citizen Lab)’의 분석에서도 중국 당국의 개입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이 나왔다. 시티즌랩의 연구원은 게시물이 일본의 외교관계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프로필란에 이름, 거주지등이 없다며 “(개입이) 조직적으로 행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들 4개 계정의 팔로워 수가 많지 않아 영향력은 제한적으로 보인다면서도 ASPI를 인용해 “국민들의 불신감을 조장하기 위해 앞으로도 이런 수법이 사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신문은 또 “중국이 근래 SNS를 이용한 해외 여론 조작을 강화하고 있다” 며 지난 미국 대선을 예로 들었다. 미국 조사기관 ‘그라피카’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 직전 중국 정부와 연계가 의심되는 X 계정들이 특정 후보를 비방하고 미국 선거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게시물을 퍼뜨린 정황이 포착됐다는 것이다. 이들 계정은 총기 규제와 노숙자 문제 등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주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게시물을 올렸다.
이와 관련 이치하라 마이코 히토츠바시대 국제정치학과 교수는 일본내에서도 이미 유사한 일이 빈발하고 있다며 “중국측은 대립이 있는 이슈를 겨냥해 일본내 사회 분열을 한층 심화시키는 것이 목적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도 일본 오키나와의 독립을 촉구하는 중국발로 의심되는 가짜 동영상이 X에 조직적으로 올라와 확산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국내 포탈 등에서도 조직적 여론 조작 정황...언론사 위장 사이트도 수십개 적발
한편 일본에 앞서 한국에서도 포탈과 SNS 등에서 중국이 조직적 여론 조작을 벌이는 정황이 수치로 확인된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지난해 10월 김은영 가톨릭관동대 경찰행정학과 교수·홍석훈 국립창원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연구팀이 공개한 ‘한중 경쟁산업 분야에 대한 인지전 실태 파악’ 보고서의 분석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인 추정 계정 77개가 점조직으로 활동하면서 두 그룹으로 나뉘어 국내 산업 기사에 조직적으로 댓글을 게재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연구팀이 네이버에서 전기차, 배터리, 스마트폰, 삼성,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 등 키워드를 담은 기사 70개를 무작위로 선택해 댓글을 분석한 결과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계정이 단 댓글 수가 특히 많게 나타났다.
유튜브에서는 영상별로 최대 댓글 2698개가 달리며 네이버(454개)보다 더 조직적인 여론 선동이 이뤄졌다. 연구팀은 이런 중국인 추정 계정들이 국민의 불안감을 조성하는 ‘겁주기’, 정치·성별·지역 ‘갈라치기’, 중국을 비판하는 국내 매체의 영향력을 떨어뜨리는 ‘버리기’ 기법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중국발 인지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문제 댓글을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중국인 계정을 식별할 수 있는 범정부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앞서 지난 2023년 11월에도 한국 국정원은 중국 업체 등이 국내 언론사로 위장해 웹사이트 38개를 개설, 기사 형식의 콘텐츠를 국내에 무단 유포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중국발 ‘조작 공작’은 한국이나 일본 등에만 그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맨디언트(구글 클라우드 자회사인 글로벌 사이버 보안 기업)의 ‘중국의 영향력 활동’ 보고서 등은 이 같은 활동과 유사한 사례를 분석하고 있다. 캐나다 ‘시티즌랩’도 지난해 2월 유럽과 아시아 등 30개국에서 현지 언론사들을 사칭한 친중국 성향의 정보 발신이 확인됐다고 밝힌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