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첫 기자 간담회에서 병력 감축 및 전략적 유연성 확대 시사
“필요한 시간에 필요한 곳으로 이동해 다른 임무 수행해야”
“中 서해 활동 과거 남중국해와 섬뜩할 정도로 닮아”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대장)은 “중요한 것은 병력 등 ‘숫자(numbers)’가 아니라 ‘능력(capabilities)’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전력은 한 곳에 고정 배치되기보다는 필요한 시간에 필요한 곳으로 이동해 여러 임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달 말 주한미군 재조정 문제가 주의제로 논의될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주한미군 수장이 병력 감축의 가능성과 전략적 유연성 확대 필요성을 제기한 것. 브런슨 사령관은 8일 캠프험프리스(경기 평택 미군기지)에서 취임 후 첫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다영역 작전부대, 5세대 전투기 배치 생각”
그는 “주한미군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 변화는 병력 등 숫자에 대한 것이 전혀 아니고, 능력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반도의 변화하는 위협에 대응하는 데 필요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새로운 능력을 고민하고 있다”며“ 가령 다영역 작전부대(MDTF)나 특히 그 예하의 다영역 효과대대(MDEB), 5세대 전투기 등을 한반도에 배치하는 방안을 생각한다”고 말했다.
MDTF는 미 육군이 중국,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 지상·공중·해상·우주·사이버 등 모든 영역에서 작전을 수행하기 창설한 여단급 특수 전투부대다. 그 예하의 MDEB는 적의 명령·통제·통신·컴퓨터·정보·감시·정찰 체계를 방해하거나 무력화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미국은 MDTF를 필리핀과 호주 등 인도태평양 지역에 배치해 중국의 군사적 팽창을 견제한다는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은 현재 2만 8500명 규모의 주한미군의 병력이 감축돼도 전력의 질을 높이고, 첨단 전력을 확보해 역량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대만 방어 등 중국 견제를 위해 주한미군의 역내 재배치, 즉 전략적 유연성이 강화돼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그는 중국의 ‘서해 내해화’와 관련한 시설물 설치 및 군사훈련 강화와 관련해 깊은 우려를 피력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서해에서 중국이 실시하는 군사훈련은 실제에 대비한 예행연습(rehearsal)”이라며 “지금 중국이 서해에서 벌이는 활동은 과거 남중국해에서 봤던 상황과 섬뜩할 정도로(eerily) 닮아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강력한 한미동맹으로 이 지역(서해)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며 “타국의 행동으로 한국의 주권이 침해받는 상황은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했다.
●“전작권 전환, ‘지름길’은 위험”
브런스 사령관은 “‘동맹 현대화’는 시대적 변화를 반영하고, 진화하는 모든 안보 위협에 최적의 대응태세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미 모두 75년 전과 확연히 다른 위치에 있고, 동북아 지역도 확연히 달라졌다”며 “북쪽 국경 너머엔 핵무장한 적대세력(북한)이 있고, 러시아는 북한과 함께 개입을 늘리고 있으며, 자유롭고 개방된 인태 지역에 위협을 가하는 중국도 있다”며 북·중·러 3국을 겨냥했다..
이어 “우리는 2015~2016년 전략적 유연성과 같은 사안에 합의한 뒤 10년간 동맹은 무엇이고, 어디로 가야하는지에 대해 다시 모여 진지하게 논의한 적이 없다”고도 했다.
전작권 전환은 한미가 합의한 조건이 충족된 시점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만약 우리가 ‘지름길(shortcut)’을 택할 경우 한반도 군사 대비태세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며 “우리가 해선 안될 일은 조건이 (진행 중에) 바뀌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단순히 (조건 충족이) 완료됐다지 말하기 위해 서두르는 것은 한미 양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한미가 정치적 협상 등을 통해 당초 합의한 조건을 수정하거나 완화하는 방식으로 전작권을 조기에 전환하는 것은 ‘안보 패착’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다음 주 시작하는 한미 을지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 연합연습의 일부 야외기동 훈련 조정에 대해 브런슨 사령관의 “한국군 지휘부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김명수 합참의장이 자연재해 때문에 훈련 일정을 조정해도 괜찮겠냐고 물어왔다는 것이다.
브런슨 사령관은 “올 7월 이례적 폭염으로 비무장지대(DMZ )근무 병력이 대피했던 일도 있었고, 수해 피해로 고통받은 한국민을 돕기 위해 많은 군인이 투입됐다”며 “한국민이 군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준비태세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훈련 일정을 일부 조정키로 결정한 것이고 그 결정에 만족한다”고 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평택=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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