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철거에 북한이 호응하면서 냉랭하던 남북관계에도 조금씩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1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북한은 9일부터 전방 일부지역에서 대남 확성기를 철거하기 시작했다. 우리 군이 지난 4∼5일에 걸쳐 대남 확성기를 모두 철거한데 대해 화답한 것이다.
북한은 2023년 4월 남북 연락 채널을 일방적으로 단절하고 그 해 연말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뒤 대남 무시전략으로 일관했는데, 북한이 긍정적으로 반응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북한의 이번 조치가 정례 한미연합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Ulchi Freedom Shield) 연습 계획이 지난 7일 발표된 이후 이뤄졌다는 점이 주목된다.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을 ‘북침 전쟁 연습’이라고 비난하고 때로는 탄도미사일 발사 등으로 반발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대남 확성기 철거는 다소 의외의 반응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긍정적인 흐름이 남북간 대화재개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재명 정부의 대북 유화 정책에도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 방침을 바꿀 생각이 없다는 것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담화에서도 확인된다.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한국과 마주 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며 “‘조한관계(남북관계)는 동족이라는 개념의 시간대를 완전히 벗어났다”고 단언했다.
실제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에 대해서만 행동 대 행동으로 반응할 뿐, 대화 채널을 복구하려는 이재명 정부의 시도는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3·5월 각각 서해와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에서 구조한 북한 어선에 타고 있던 주민 총 6명의 송환을 위해 유엔사 연락 채널로 소통을 시도했지만 응답하지 않았다.
지난 6월 인천 강화 석모도 해안에서 발견된 북한 주민 시신 인도를 위한 입장을 달라고 요청에도 반응이 없어 결국 무연고자 장례를 치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