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 의료용 멀티탭서 발화 추정… 10분만에 자체 진화했지만 ‘아찔’
올들어 의료기관 화재 89건 발생
4년간 670건, 한달 평균 14건꼴
“거동 불편환자 대피로 확보 필요”
14일 광주소방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12분경 광주 동구 학동 조선대병원 신관 3층에 있는 7번 수술실에서 불이 났다. 직원들이 자체 진화해 불은 10분 만에 꺼졌지만, 환자와 의료진 40여 명이 대피했고 이 중 36명은 연기를 마셔 치료받았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수술실 천장에 설치된 전기가스집중(전력공급)장치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파악했다. 이 장치는 수술실에서 사용하는 각종 의료기기의 전원을 연결할 수 있도록 한 24구짜리 의료용 멀티탭으로, 사각기둥 형태다. 소방당국은 화재 당시 이 장치에 일부 의료기기 전원이 연결돼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누전이나 전력 과부하 등에 의해 불이 붙었는지 정밀 조사 중이다.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 13일까지 전국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화재는 총 89건이다. 병원(20건)과 요양병원(15건), 의원(14건) 등에서 주로 불이 났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의료기관 화재는 총 670건으로, 월평균 14건 수준이었다. 의료기관 수를 감안할 때 절대적으로 많다고 할 순 없지만, 의료기관 화재는 단 한 건이라도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14일 취재팀이 서울의 병의원을 둘러보니 일부는 유사시 대피가 수월하게 이뤄지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서대문구의 한 건물에는 마취통증의학과와 치과, 성형외과가 입주해 있었는데 화재 발생 시 대피로로 사용되는 비상구 계단에 금고와 간이계단, 화분 등이 놓여 있었다. 평소에는 문제가 없지만 화재로 시야가 제한되면 큰 지장을 줄 수 있다. 아동발달클리닉과 산부인과, 정신건강의학과 등이 모인 또 다른 빌딩에는 각 층에 설치된 유도등의 불이 꺼져 있었다. 유도등 및 유도 표지의 화재안전성능기준에 따르면 유도등은 항상 켜진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비상계단 앞에 병원을 홍보하기 위한 사람 크기만 한 배너를 놓아둬 통행에 지장을 주기도 했다. 영등포구의 한 병원에서 만난 환자 이모 씨(67)는 “나이가 많거나 몸이 불편한 사람은 불이 났을 때 비상구가 어디인지 다른 사람 도움 없이 찾긴 힘들 것 같다”며 “병원은 불이 나면 대피해야 할 환자가 많은데 안전요원이 상시 배치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병의원 내 화재 대피로를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환자의 경우 대피에 시간이 오래 걸리면서 인명 피해가 발생하거나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침상 환자들은 계단을 통해 내려가기 어려우니 같은 층 내 안전한 장소로 대피하는 ‘수평 피난’이 가능하도록 충분한 시설과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