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선 대비하는 與野 ‘중도 확장 전쟁’

7 hours ago 2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에서 열린 한국노총-더불어민주당 대표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에서 열린 한국노총-더불어민주당 대표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 변론기일이 25일로 정해지면서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자 여야의 ‘중도 확장 전쟁’에 불이 붙고 있다. 탄핵정국을 관망하던 중도층의 쏠림 현상이 나타날 조짐을 보이면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말인 23일 “민주당은 본시 중도 정당”이라고 강조하며 외연 확장을 시도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 대표가 중도 보수를 자처하는 건 우리를 ‘극우 몰이’하려는 정치적 목적”이라고 반발하며 견제에 나섰다.

이 대표는 이날 “시대 상황에서 진보성이 더 중요할 땐 진보적 중도 역할이, 보수성이 더 중요할 때는 중도 보수 역할이 더 컸다”며 “같은 자리에 있어도 상황이 변하면 오른쪽이, 왼쪽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당의 정체성을 해친다’는 당내 비명(비이재명)계 반발에도 ‘성장 우선’을 앞세운 중도 보수 정책 기조를 재차 강조한 것이다.

이 대표는 여당을 향해서는 “극우범죄당의 길을 떠났다”며 “극우 본색을 드러내며 형식적 보수 역할을 포기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극우화되는 상황에서 중도와 합리적 보수까지 민주당이 아우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한다”고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반면 권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중도는 포용과 통합인데 이 대표의 실질적 행위는 배척하고 편 가르기 하는 것”이라며 “중도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게 이 대표”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중도 지향적 인물인지, 좌파 지향적 인물인지, 포용과 통합의 리더인지 아니면 배척과 편 가르기 리더인지 국민께 물어보면 답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종배 부대변인은 “몸은 좌파이면서 입으로만 보수를 외친다”고도 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 최종변론을 앞두고 중도층 지지율이 하락하자 여당 내부에선 중도 공략 필요성을 두고 당내 이견이 나타나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강성 지지층 결집을 유지해야 조기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주장에 맞서 “중도층을 향한 메시지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한 여당 수도권 의원은 “중도층을 끌어올 수 있는 사람이 대선 후보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21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중도층 지지율은 22%로 한 주만에 10%포인트 하락했다.

하지만 중도층 잡기 경쟁에 나선 여야가 실질적인 정책 변화를 보이지 않으면 어느 쪽이든 먼저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여야가 선거용 발언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정책들로 공약화하는 단계로까지 나아가야 한다”며 “그래야만 유권자가 비교와 검증을 통해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