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는 이날 “시대 상황에서 진보성이 더 중요할 땐 진보적 중도 역할이, 보수성이 더 중요할 때는 중도 보수 역할이 더 컸다”며 “같은 자리에 있어도 상황이 변하면 오른쪽이, 왼쪽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당의 정체성을 해친다’는 당내 비명(비이재명)계 반발에도 ‘성장 우선’을 앞세운 중도 보수 정책 기조를 재차 강조한 것이다.
이 대표는 여당을 향해서는 “극우범죄당의 길을 떠났다”며 “극우 본색을 드러내며 형식적 보수 역할을 포기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극우화되는 상황에서 중도와 합리적 보수까지 민주당이 아우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 최종변론을 앞두고 중도층 지지율이 하락하자 여당 내부에선 중도 공략 필요성을 두고 당내 이견이 나타나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강성 지지층 결집을 유지해야 조기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주장에 맞서 “중도층을 향한 메시지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한 여당 수도권 의원은 “중도층을 끌어올 수 있는 사람이 대선 후보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21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중도층 지지율은 22%로 한 주만에 10%포인트 하락했다.
하지만 중도층 잡기 경쟁에 나선 여야가 실질적인 정책 변화를 보이지 않으면 어느 쪽이든 먼저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여야가 선거용 발언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정책들로 공약화하는 단계로까지 나아가야 한다”며 “그래야만 유권자가 비교와 검증을 통해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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