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 딱새우 22마리 사고 5만원 냈더니"…여행객 '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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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내국인 관광객 15% 줄자
제주 신화월드 한식당 반값메뉴
파라솔 대여료 2만원으로 통일
2만~3만원대 특가 항공권 등장
"관광호텔 숙박료 10만원 미만"'바가지 물가' 논란에 … 음식점·대여료 등 가격 인하 잇달아

지난 21일 제주 서귀포 올레시장. 평일인데도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이곳은 제주도에서 비교적 먹거리 가격이 저렴하다고 알려진 곳이다. 실제로 그랬다.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횟집에선 고등어와 광어, 갈치 등이 담긴 모둠회가 3만5000원에 팔리고 있었다. 제주에서 많이 잡히는 딱새우는 22마리에 1만원이었다. 서울 시내 횟집의 절반 수준이다. 제주에서 가장 번화가인 노형동 일대도 비슷했다. 이 일대 오겹살 집은 대체로 1인분에 2만원 안팎에 판매해 서울 물가와 큰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더 낮았다.

제주도의 ‘바가지 물가’가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비계 삼겹살, 순대 6조각 2만5000원 등 가격 이슈가 불거져 관광객이 감소한 영향이 크다. 관광객이 몰리는 주요 호텔과 리조트뿐 아니라 시장 상인, 동네 식당까지 합세해 ‘착한 가격’ 확산에 나섰다.

29일 관광업계에 따르면 제주도 내 특급 호텔 상당수가 ‘가격 파괴’를 시도 중이다. 제주신화월드 내 고급 한식당 ‘제주선’은 지난달 식당을 리뉴얼한 뒤 한정식 메뉴 가격을 확 낮췄다. 당초 1인 기준 최저가가 6만9000원부터 시작했으나 2만8000원으로 조정했다. 김지훈 제주선 셰프는 “가격을 낮춘 뒤 방문객이 크게 늘었다”며 “제주는 비싸다는 인식을 개선하고 싶었다”고 했다.

제주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복합리조트 드림타워 내 최고층 38층에 들어선 ‘포차’도 그렇다. 5성급 그랜드하얏트호텔이 운영하는 포차 느낌의 주점인데, 인테리어만 포차 느낌이 아니라 가격도 포차 수준이다. 메뉴 가격이 대부분 1만~2만원대다.

본격 개장을 앞둔 제주도 내 주요 해수욕장도 바가지 가격 없애기에 동참했다. 올여름 파라솔 대여료를 2만원, 평상 대여료를 3만원으로 통일하기로 했다. 과거 평상 대여료로 6만원 안팎을 받은 것을 감안하면 반값 수준이다. 제주관광협회에 따르면 베니스랜드, 제주허브동산, 세계자동차&피아노박물관 등은 최근 1년 새 입장료를 인하했다.

제주도 주요 상권에서 물가가 낮아진 것은 무엇보다 비싼 가격에 대한 관광객들의 부정적인 인식과 이로 인한 관광객 감소 영향이 크다.

올 들어 3월까지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약 274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9% 줄었다. 같은 기간 외국인 관광객이 4.5% 증가했음에도 내국인이 15% 넘게 급감했다. 특히 3월 기준 관광객은 약 93만 명으로, 2022년 3월 이후 3년 만에 100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제주가 외면받는 주된 이유로 꼽히는 것이 높은 가격이다.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가 3월 말 공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를 방문한 내국인의 항목별 만족도 가운데 ‘여행 경비’ 점수가 가장 낮았다.

관광객 감소 이후 비행기 티켓 가격은 크게 떨어졌다. 스카이스캐너 등 가격 비교 사이트에선 최근 2~3년 새 자취를 감춘 특가 항공권이 다시 풀리고 있다. 김포~제주 구간이 2만~3만원대에도 나온다. 제주 시내 주요 호텔도 가격을 인하하고 있다. 객실 점유율이 급격히 낮아진 영향이다. 제주를 대표하는 신라호텔은 객실 점유율이 올 1분기 58%까지 낮아졌다. 한 호텔 관계자는 “5성급 특급호텔은 이미지 때문에 가격을 크게 내리지 못하고 있지만 2~3성급 관광호텔은 대부분 평일 기준 10만원 미만으로 떨어졌다”고 했다.

제주=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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