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부터 외국 건조선 대당 수수료 징수
정부 “중국 겨냥, 한국은 제외해달라”
현대글로비스 연간 수백만 달러 부담 증가 전망
기존 25% 관세에 입항료 추가 타격 우려
미국이 외국에서 건조한 자동차 운반선에 대해 항만 입항료를 부과하기로 한 날짜(10월14일)가 다가오면서 한국 자동차 산업계의 경쟁력 하락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자동차 시장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경쟁력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 정부는 한국을 입항료 부과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미국 당국에 최근 의견서를 제출하며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7일(현지시간)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양수산부는 4일 의견서를 통해 “한국은 수십 년간 미국의 굳건한 동맹국으로, 양국은 제조업과 물류, 공급망 등에서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구축해왔다”며 “조치의 원래 목적과 일관되게 자동차 운반선 입항 수수료 부과를 명확히 정의하고 원래 겨냥한 국가로 제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미국이 무역법 301조에 따라 중국의 해운·조선·물류 산업 지배를 견제하기 위해 추진하는 조치를 중국으로 한정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부의 이렇게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선 건 입항료 부과가 현실화할 경우 한국 자동차 산업에 미칠 악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한국 자동차 산업의 미국 시장 의존도는 지난해 기준 51.5%(전체 수출량 대비)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현대차·기아만 살펴봐도 2024년 수출 물량의 46.6%인 101만3931대를 미국에 수출했으며, 미국에서 판매한 차량의 58.8%가 국내에서 생산된 것이다.특히 올해 상반기(1~6월)만 해도 현대차·기아의 미국 판매량은 89만3152대로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차는 47만6641대(10.5% 증가), 기아는 41만6511대(7.8% 증가)를 판매하며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한국 자동차 수출에서 입항료의 직접 부과 대상인 현대글로비스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현재 94척의 자동차 운반선을 보유한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기아 수출 물량의 50%를 담당하고 있다. 2025~2029년 계약에서는 총 6조6699억 원 규모로 5년간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한 상태다.
미국의 자동차 운반선 입항료 정책은 4월 발표 당시 1CEU(차 한 대 실을 수 있는 공간)당 150달러에서 최근 1순 톤수(Net Tonnage)당 14달러로 변경됐다. 순 톤수는 순수하게 여객·화물에 사용되는 공간의 용적을 말한다. 6000대의 차량을 한 번에 실을 때 2만톤의 용적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고려하면 입항 때마다 28만 달러(약 3억8000만 원)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연간 160회 이상 미국을 오간다는 현대글로비스의 운항 계획을 고려하면 수백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이는 4월부터 부과된 25% 수입차 관세에 따른 가격 인상 압박을 간신히 억누르고 있는 한국산 수출 차량에 더 큰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 자동차 관세 25%에 입항료까지 더해지면 이중 타격을 받게 되는 상황”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후 차량 가격을 대폭 인상한 덕분에 당분간은 버틸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 저하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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