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정부 "자산가 탈출 막아라"…해외 이민자 대상 '출국세'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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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경찰은 2023년 중국계 패밀리오피스 여섯 곳을 압수수색했다. 이들 패밀리오피스를 통해 불법 자금세탁이 이뤄지고 있다는 제보에 따른 것이었다. 이 같은 조치로 30억싱가포르달러(약 3조2100억원) 상당의 암호화폐와 고급 주택 94가구, 차량 50대를 압류했다. 규제나 감독을 최소화하며 패밀리오피스 유치에 주력하던 기존 싱가포르 정책과 상반된 움직임에 금융권 전반이 충격에 빠졌다.

내막은 1년 이상 지난 뒤에야 밝혀졌다. “푸젠성 폭력조직 자금이 패밀리오피스로 흘러들었다”며 중국 정부가 싱가포르에 관련 조사를 요청한 것이었다. 외교가 관계자는 “패밀리오피스 조사를 위해 중국 공안 관계자도 싱가포르에 파견됐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 세계 주요 국가는 슈퍼리치의 자산 해외 이전을 차단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은 2022년부터 해외 이민 희망자를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실시해 ‘호적 말소세’(국적 포기세)를 징수하고 있다. 세금을 모두 냈다는 증빙을 받아야 해외 이주가 가능하다. 2023년에는 고액자산가를 전담하는 기구를 신설했다.

인도는 제도적으로 자산 이전을 막지는 않고 있지만 초고액 자산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싱가포르 패밀리오피스 관계자는 “인도계 자금을 운용한다는 사실 자체를 외부에 공개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자산가가 늘었다”고 말했다.

한국도 자산 해외 이전에 나서는 이들을 대상으로 2018년 출국세를 신설해 과세하고 있다. 자산을 처분하고 해외로 나갈 때 해당 자산의 27.5%(지방세 포함)를 세금으로 내게 한다. 상속·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한국에서 해외로 자산을 이전할 경우 이득이 기대만큼 크지 않은 요인이다. 다만 싱가포르 현지에서 관련 컨설팅을 하는 이영상 이김컨설팅 대표는 “한국 상속세율이 최대 50%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출국세를 내더라도 세금 부담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며 “최근에도 한 중견 기업인이 싱가포르로 자산 5000억원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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