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병원 차린 60대 의사
마약류 투약 41억 벌어들여
의사·투약자 등 115명 입건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의료용 마약류를 불법 투약해 34억원의 수익을 낸 의사와 의원 관계자, 투약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붙잡힌 의사는 전 프로야구 선수 오재원 씨와 일명 ‘람보르기니 주차 시비’ 사건 운전자 등 100여 명에게 의료용 마약류를 불법 투약하고 40억여 원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60대 의사 A씨와 의원 총괄실장인 배우자 등 관계자 15명을 검거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또 2023년 10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다섯 차례 의원에 방문한 오씨 등 투약자 100명을 검찰에 넘겼다.
A씨는 이비인후과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한 뒤 약 40년간 의사로 일해온 인물로, 2012년부터 청담동에 피부 시술·성형 전문 의원을 개업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 등 의원 관계자 15명은 2021년 1월부터 2024년 7월까지 3년7개월간 미용시술을 빙자해 수면이나 환각 목적의 내원자 105명에게 수면마취제 계열의 마약류(프로포폴, 레미마졸람 등)를 단독 투약하거나 전신마취제인 에토미데이트와 병용해 투약했다.
이들은 1회 투약 시 환자들에게서 20만~30만원을 받았고, 총 1만7216회를 투약해 41억4051만원을 불법 취득했다.
이 과정에서 불법 투약자의 마약류 투약 기록 2703건을 보고하지 않거나 거짓 보고하고 진료기록 559건을 거짓 작성하며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부정 사용한 혐의도 받는다.
A씨는 2023년 1월부터 11월까지 16차례에 걸쳐 프로포폴 등을 스스로 투약하기도 했다.
투약자 100명은 본인 또는 타인 명의를 이용해 각각 최소 6회에서 최대 887회까지 의료용 마약류를 불법 투약받았다. 이 중에는 1일 최대 28회에 걸쳐 연속으로 마약류를 투약받거나 1일 최대 100만원을 결제한 사람도 있었다.
1억원 이상 사용한 투약자도 12명이나 된다. 그중 한 명은 9개월간 74차례 내원해 2억2400만원을, 다른 한 명은 14개월간 142차례 내원해 1억9200만원을 지급했다.
경찰은 A씨가 전신마취제인 에토미데이트가 마약류로 지정되지 않은 점을 악용한 것으로 보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마약류 지정을 요청했다.
A씨는 범행 초기에 프로포폴만 사용하다 보건당국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레미마졸람(마약류)’과 ‘에토미데이트(전문의약품)’를 병용해 투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식약처는 지난해 12월 에토미데이트를 마약류로 지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