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자주 지나던 시청각실인데…” ‘하늘이 사건’ 트라우마 시달리는 아이들

4 hours ago 2

재학생들 “학교 돌아가기 무서워”
학부모들 “심리치료 지원 필요”
교육당국선 별다른 대책 안내놔

“하늘아, 밤하늘 예쁜 별로 빛나길” 초등생 김하늘 양(8) 피살 사건이 발생한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13일 한 손에 하얀 국화 한 송이를 든 학생이 합동분향소에 추모 메모를 붙이고 있다. 사흘 전 이 학교 시청각실에서 교사 명모 씨(48)는 미리 준비한 흉기로 하늘 양을 살해했다. 대전=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하늘아, 밤하늘 예쁜 별로 빛나길” 초등생 김하늘 양(8) 피살 사건이 발생한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13일 한 손에 하얀 국화 한 송이를 든 학생이 합동분향소에 추모 메모를 붙이고 있다. 사흘 전 이 학교 시청각실에서 교사 명모 씨(48)는 미리 준비한 흉기로 하늘 양을 살해했다. 대전=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시청각실은 친구들과 자주 지나가던 곳인데 앞으로 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13일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이 학교 재학생 신모 양(9)은 “학교로 돌아가기가 무섭다”며 이렇게 말했다. 사흘 전 이 학교에서는 1학년 김하늘 양(8)이 교사 명모 씨(48)의 흉기에 찔려 숨졌다. 명 씨의 범행이 알려지자 재학생들 사이에선 2차 정신적 피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학교 내 익숙한 공간에서 참극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학생들이 큰 충격을 받았지만, 교육당국은 트라우마와 관련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재학생 홍모 양(10)은 “학교에 오면 너무 무서울 것 같다”며 “선생님도 보기가 무섭다”고 말했다. 지금은 학교가 임시 휴업 중이지만 학생들은 17일 개학 이후를 우려하고 있었다. 한 학생은 “임시 방학이 더 길어지면 좋겠다”고 했다. 가해 교사의 상세한 범행 수법 등도 학생들 사이에서 이미 퍼졌다. 재학생 김모 양(12)은 “(또래) 단톡방을 통해서 하늘이 사건이 일어난 상황을 자세히 알고 있다”며 “범인 선생님 이름도 단톡방에 계속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재학생 학부모 윤모 씨(37)는 “학교에서 별다른 대책이 없으면 전학까지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학부모 박모 씨(39)는 “딸이 하늘이와 아는 사이라 심리적 충격이 훨씬 큰 상황”이라며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학생이 많은 만큼 학교 당국에서도 심리 치료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재학생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평생 남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권준수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석좌교수는 “부모님이 아이들이 이 사건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도록 사건에 대해 명확하고 객관적으로 설명해 주는 것도 아이의 트라우마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날 오전 10시경 대전 서구 건양대병원 장례식장에선 하늘 양의 입관식이 진행됐다. 영정사진 앞에서 유족 10여 명이 묵념을 마치자, 하늘 양의 아버지는 충혈된 눈으로 유족과 조문객들에게 “저희 하늘이 보러 가요. 여러분”이라고 말하며 입관실로 향했다. 2분 뒤 입관실에서는 통곡 소리가 흘러 나왔다. 하늘 양의 어머니는 생전 딸이 가지고 놀던 인형을 손에 든 채 사람들의 부축을 받으며 걸었다. 교사들도 빈소 곳곳에서 눈물을 흘렸다. 14일 오전 9시 반 발인 뒤 대전 정수원에서 화장 후 대전추모공원에 유해가 안치된다.

대전=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대전=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대전=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