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귀환길 오르기 하루 전
가족들에 음성메시지 보냈지만
당초 예정된 날짜 출발은 불발
“나는 잘 있으니까 한국에 가서 보자.” “굳이 공항까지 나오지 마세요.”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HLGA) 배터리공장에서 미국 이민당국에게 체포·구금된 한국인 근로자들이 당초 예상됐던 귀환일(10일)에 앞서 한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음성메시지’를 전했지만, 결국 예정된 시간에 출발하지 못한 애틋한 사연이 전해졌다.
구금된 한국인 근로자들이 속한 LG에너지솔루션 협력회사 관계자는 전날인 9일 오후 늦게 이들 근로자가 구금된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D. 레이 제임스 교정시설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시설 내에서는 공용 전화기로 외부에 전화를 걸 수 있는데, 구금자들은 미국에서 함께 일한 이 관계자에게 먼저 연락을 취했다. 아마도 한국에 있는 가족에게 직접 국제전화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들은 이 관계자에게 음성을 녹음해 한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전해줄 수 있냐고 부탁했고, 녹음할 준비가 되자 “나는 잘 있다” “한국에 가서 보자”와 같은 메시지를 남겼다고 한다. 이 협력회사 관계자는 “곧 귀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선지 목소리가 밝았다”고 말했다.
구금된 한국인 근로자들은 한국에서의 시선에 대해 우려했다고 전해진다. 일각에서 이들을 ‘범법자’라고 지칭하는 것이 가슴 아프다는 것이다.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보였던 귀환작업은 이날 밤 갑자기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설 측은 이후 한국행을 앞둔 한국인 근로자들에게 의복과 소지품·전화기 등을 나눠주는 작업을 진행했는데, 밤 11시경 이 작업이 돌연 중단됐다.
이 때문에 70여명의 한국인 구금자들은 소지품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로 아침을 맞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인 근로자들이 당초 예정됐던 10일에 돌아올 수 없게 됐다는 소식이 밖으로 전해진 것은 불과 몇시간 뒤인 새벽 2시50분께였다.
앞서 외교부는 이날 “조지아주에 구금된 우리 국민들의 현지시간 10일 출발은 미측 사정으로 어렵게 됐다”며 “가급적 조속한 출발을 위해 미측과 협의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출발이 불발된 이유로는 수갑 등 이송 방식에 대한 문제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