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차단했던 이란, 87일만에 풀기로

4 days ago 8

반정부 시위-전쟁 거치며 접속 막아
정부 복구 지시, 내부통제 완화 기대
현지 언론 “강경파는 허용에 반발”

이란 정부가 반(反)정부 시위와 미국과의 전쟁을 거치며 약 3개월간 유지한 자국민 대상 인터넷 차단 조치를 풀기로 했다. 이 같은 조치의 실행을 두고 정부 내 강경파가 강하게 반대한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이번 조치가 더욱 적극적인 내부통제 완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영국에 본부를 둔 반이란 정부 매체인 이란 인터내셔널은 25일 이란 정보통신부 대변인을 인용해 마수드 페제슈키안 대통령(사진)이 인터넷 접속 재개를 지시했다고 전했다. 인터넷 감시단체 넷블록스에 따르면 이란 국민은 이날까지 87일째 인터넷 접속이 차단된 상태다. 현재는 일부 부유층이 고가의 고급 VPN(가상사설망)을 이용해 제한적으로 인터넷에 접속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제 활동은 물론이고 시민들의 일상도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특히 인터넷 차단 조치로 사업이 어려워진 자영업자들이 줄폐업하면서 실업자가 크게 늘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권단체 ‘휴먼라이트액티비스트 이란’에 따르면 최근 암시장 내 VPN 값 폭등으로 이란인들은 약 18억 달러(약 2조700억 원)의 경제적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

앞서 이란 당국은 올 1월 8일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에 대응해 인터넷 차단 조치를 시작했다. 어느 정도 시위가 진정된 1월 말부터 일부 인터넷 접속이 정상화됐지만,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전쟁이 시작되면서 다시 인터넷이 차단됐다. 넷블록스는 “현대 인터넷 역사에서 차단의 범위와 기간 모두 가장 심각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란의 네트워크 연결률은 기존 90∼100%에서 현재는 1∼2% 수준으로 추락한 상태다.

이란 언론들은 이번 조치가 이란 지도부 내 강경파의 반대에 부닥쳤지만, 정국 안정과 정상화 메시지를 대내외에 보여주기 위해 차단 해제를 단행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이란 지도부가 더 정밀한 인터넷 감시 체계를 구축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란 인터내셔널은 “이란이 국민들을 외부 세계와 고립시키면서도 경제 활동은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중국식 온라인 감시 생태계를 구축하려고 시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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