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도 안 따라 할 디자인"…페라리 전기차에 이탈리아 '발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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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전기차 루체가 공개된 뒤 “애플 마우스와 모양이 흡사하다”고 비꼬는 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가 SNS에서 확산하고 있다.  X(옛 트위터) 캡처

페라리 전기차 루체가 공개된 뒤 “애플 마우스와 모양이 흡사하다”고 비꼬는 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가 SNS에서 확산하고 있다. X(옛 트위터) 캡처

‘사상 최초의 전기 슈퍼카’를 표방한 페라리의 첫 순수 전기차 루체가 이탈리아에서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단순한 제품 디자인 논란을 넘어 “이탈리아 산업의 정체성을 흔들었다”는 비판이 페라리 대주주 아넬리 가문을 향해 제기된다.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교통부 장관은 최근 SNS를 통해 “엄청난 가격(55만유로·약 9억7000만원)인데 디자인은 할 말을 잃게 만들 정도”라며 “엔초 페라리(페라리 창업자)가 뭐라고 했을지 궁금하다”고 비꼬았다. 루카 디몬테체몰로 전 페라리 회장 역시 “페라리 로고를 빼버렸으면 좋겠다”며 “중국 자동차 업체도 따라하지 않을 디자인”이라고 비판했다.

애플 최고디자인책임자(CDO) 출신인 조니 아이브가 공동 디자인에 참여한 점도 논란을 키웠다. 내연기관 엔진을 장착한 기존 페라리 모델과 차별화된 비율 및 구조를 채택한 것이 ‘페라리다움’의 상실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일부 소비자는 “애플카 같다”며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이번 논란은 슈퍼카 브랜드의 전기차 전환이 단순한 동력원 교체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성능 차량은 내연기관 엔진음과 진동, 가속감, 차체 밸런스 자체가 브랜드 정체성과 직결된다. 하지만 배터리와 모터를 중심에 놓은 전기차는 이런 감성을 구현하기 어렵다. 페라리의 ‘실패’를 목격한 다른 슈퍼카 제조사들은 전기차 속도 조절에 나섰다. 람보르기니는 첫 순수 전기차 출시 시점을 늦추며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PHEV) 전략에 무게를 싣고 있다. 최근 람보르기니는 PHEV 모델 ‘레부엘토’를 공개하며 “꿈꾸는 것을 자랑스럽게 지킨다”는 광고 문구를 넣었다.

페라리를 국가적 자부심과 기술 역량을 상징하는 브랜드로 평가해온 이탈리아에서는 실망감이 더 커지고 있다. 페라리를 경영하는 대주주 아넬리 가문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피아트를 창업한 아넬리 가문은 투자회사를 통해 페라리, 스텔란티스 등 자동차 브랜드는 물론 유벤투스 같은 축구 구단까지 소유하고 있다. 피아트 창업자 잔니 아넬리의 외손자인 존 엘칸이 페라리와 스텔란티스 회장을 겸임하고 있다.

비판론자들은 “엘칸이 가문을 장악한 뒤 아넬리 가문이 이탈리아와 멀어졌다”고 주장한다. 엘칸이 피아트와 프랑스 PSA를 합병한 뒤 스텔란티스를 출범시켜 기업에서 이탈리아의 국가 정체성이 크게 옅어졌다는 이유에서다. 카를로 칼렌다 전 이탈리아 산업장관은 “엘칸이 페라리와 과거 아넬리 산하 기업을 파괴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페라리 경영진은 이 같은 비판에 물러나지 않고 있다. 페라리 미래 고객인 10대가 테슬라와 함께 성장했고 내연기관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베네데토 비냐 페라리 최고경영자(CEO)는 “(루체) 주문과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기존 고객과 신규 고객 모두 수요가 있다”고 말했다.

창업자의 아들이자 페라리 지분 10%를 보유한 피에로 페라리도 “직접 타보고 운전해보면 생각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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