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정부 부패에 분노…세계 전역서 시위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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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 곳곳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각국 정부의 부패와 무능에 따른 불만이 누적된 가운데 미국·이란 전쟁 관련 물가 급등이 시민의 분노를 자극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쟁이 경제에 미친 악영향이 세계 정치의 불안 요인으로 떠올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시위 동시다발 확산

경제난·정부 부패에 분노…세계 전역서 시위 확산

31일 카네기국제평화재단에 따르면 5월 기준 지난 12개월간 70개국 이상에서 반정부 시위가 127건 발생했다. 시위 건수와 규모가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며 카네기재단은 우려를 드러냈다.

대규모 시위는 최근 몇 년간 증가하는 추세다. 참가 군중이 수만~수백만 명인 시위는 2022년 37건에서 지난해 60건으로 62%가량 늘었다. 2024년(44건)과 비교해도 발생 건수가 36% 증가했다.

눈에 띄는 점은 최근 1년간 발생한 시위가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는 것이다. 물가 급등과 재정 위기에 따른 경제적 고통에 지친 서민이 정부의 무능을 비판하는 시위가 다수였다. 지난 23일 세르비아에서 일어난 시위가 대표적이다. 이날 세르비아 국민 수만 명은 거리에 나와 10년 넘게 집권한 알렉산다르 부치치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2024년 노비사드 기차역 붕괴 사고를 계기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가 다시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당시 사고는 인프라 관리 부실과 관료사회 부패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며 국민적 분노를 키웠다.

전쟁에 따른 물가 급등은 시위 군중의 분노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 4월 물가 상승률이 3.3%로 오른 세르비아에서는 저소득층 생활에 영향을 주는 주거·에너지 비용이 전년 동월 대비 9.2% 뛰었다. 교통비도 6.3% 상승했다. 정부는 생필품 가격과 유통 수익률 상한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생활비 부담이 여전히 큰 편이다.

볼리비아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5월 초 대대적 파업을 기점으로 촉발된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했다. 시위대의 주요 요구사항은 정부의 긴축 정책 철회와 생활비 문제 해결이다. 볼리비아 정부가 재정건전성 악화를 이유로 연료 보조금을 폐지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이에 따라 2006년부터 작년 말까지 L당 0.5달러로 고정된 경유 가격은 올해 163% 뛰었다.

◇청년 참여·선거 정국이 촉매

최근 시위는 SNS를 통해 결집한 청년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는 경향을 보인다. 특정 지도자와 주도 세력이 시위를 이끄는 것이 아니라 SNS를 기반으로 참가자가 자발적으로 조직되고 있다. 이번 세르비아 시위도 청년층 시위의 연장선에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시위대는 ‘학생들이 승리하고 있다’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행진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출생) 중심의 청년·학생 시위가 올해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모로코 불가리아 네팔 인도네시아 페루 등 각지에서 Z세대 시위가 발생해 주목받았다. 특권층 부패를 비롯해 높은 실업률과 물가 등이 주원인이었다. 당시 시위 현장이 SNS를 통해 확산해 다른 지역 시위를 연쇄적으로 끌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선거도 시위에 영향을 주는 변수다. 선거를 앞뒀거나 최근 선거를 치른 국가에서 시위가 거세지고 있어서다. 스페인에서는 지난 24일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에서 수천 명이 주택 가격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시위에서 청년층은 광장에 나와 높은 집값과 낮은 임금 때문에 임대 주택조차 구하기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내년 총선을 앞둔 스페인 야당은 이런 상황을 이용하고 있다. 좌파 정부의 관광 및 이민 정책으로 임대료가 상승했다고 주장하는 식이다. 최근 불거진 페드로 산체스 총리의 부패 의혹도 시위대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 수만 명이 마드리드에서 산체스 총리 퇴진을 주장하는 시위를 벌였다.

정권이 바뀌며 재정 안정을 과제로 떠안은 국가에서도 시위가 빈번하다. 선거 전에는 늘어나던 재정 지출이 선거 이후 긴축 정책으로 돌아서며 불만이 커지는 구조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정부는 선거가 있는 해에 사회 복지 지출을 늘리고 세금을 줄이는 경향이 있다”며 “선거가 있는 해에는 재정적자가 선거가 없는 해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0.4%포인트 높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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