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권(24·광주 FC)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묻어났다. 조성권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8강전 알 힐랄(사우디아라비아)과의 맞대결에서도 후회 없는 한판을 자신했다.
“1% 희망으로 기적을 써봤다. 비셀 고베(일본)와의 ACLE 16강 2차전이 알 힐랄전보다 힘들었으면 힘들었지 쉬운 경기는 아니었다. 사우디에서 또 하나의 기적을 써 보겠다.” 조성권의 얘기다.
조성권은 광주의 오른쪽 풀백으로 이정효 감독의 굳건한 신뢰를 받는 이다. 조성권은 알 힐랄전에서 유럽 빅리그 출신 공격수들을 꽁꽁 묶어야 한다. 틈이 보이면 공간을 파고들어 공격 기회도 만들어야 한다.
‘MK스포츠’가 20일 광주의 ‘키 플레이어’ 조성권과 나눴던 이야기다.
Q. 이제 알 힐랄을 상대한다.
19일 FC 서울 원정에서 승리해 사우디로 향할 수 있어 기쁘다. 우리가 항상 해오던 대로 준비해서 부딪히겠다. 빨리 알 힐랄과 붙어보고 싶다.
Q. 알 힐랄은 아시아 최고의 팀으로 꼽힌다.
알 힐랄은 세계적인 선수가 즐비한 팀이다. 유럽 빅리그를 경험한 선수가 한둘 아니다. 하지만, 축구는 이름값으로 하는 게 아니다. 우린 어떤 팀을 상대하든 하나의 팀으로 맞선다. 그렇게 ‘우리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선다’는 팀들을 이겨왔다. 이정효 감독님을 필두로 똘똘 뭉치겠다. 우린 알 힐랄을 이길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Q. 조성권은 광주 포백 수비의 한 축을 담당한다. 알 힐랄전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출신 알렉산다르 미트로비치, 바르셀로나 출신 말콤, 사우디 간판스타 살렘 알 다우사리 등을 막아야 한다.
빨리 부딪혀보고 싶다. 그 선수들이 화면으로 보는 것과 실전에선 얼마나 다를지 확인하고 싶다. 솔직히 그런 선수들과 붙어본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다(웃음). 설렌다. 그 선수들에게 광주란 팀이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Q. 이정효 감독이 19일 FC 서울전 승리 후 방송 인터뷰에서 울컥했다.
봤다. 이정효 감독님은 선수들에게 항상 진심이다. 감독님이 왜 울컥하셨는지 알 것 같았다. 살면서 감독님처럼 선수에게 모든 걸 쏟아내는 지도자를 만날 수 있다는 건 행운이다. 나도 감독님의 영상을 보고 많이 울컥했다. 한편으론 이런 다짐도 했다. 사우디에선 감독님이 눈물을 펑펑 흘리실 수 있도록 해보겠다.
Q. 광주가 ACLE에 나서는 건 올 시즌이 처음 아닌가. 조성권도 ACLE 데뷔 시즌을 치르고 있다. ACLE 도전을 시작할 때 사우디에서 8강전을 치를 것이라고 예상했나.
솔직히 못 했다(웃음). 그런데 한두 경기 치르다 보니 가능성이 보였다. 우리 축구가 아시아 무대에서도 통하는 걸 느꼈다. 우리가 진짜 좋은 축구를 하고 있다는 확신이 생긴 거다. 아시아 강호를 하나둘 잡아내면서 자신감도 붙었다. ACLE 16강전 고베를 상대로 한 대역전승은 어떤 팀을 상대로든 뒤집을 힘을 더해줬다. 알 힐랄전에서도 똑같이 부딪히겠다.
Q. 서아시아 팀을 상대하는 건 알 힐랄전이 처음이다. 동아시아 팀을 상대할 때와 차이가 있을 듯한데.
조직력은 동아시아 팀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단, 개인 기량은 서아시아 팀이 확실히 우위에 있지 않나 싶다. 장·단점이 있을 거다. 아직 서아시아 팀과 붙어본 건 아니어서 명확하게 말하긴 어렵다. 분명한 건 ‘우리도 강하다’는 거다. 우린 실력만으로 ACLE 8강까지 올라왔다. 우리도 개개인 기량에서 크게 밀리지 않는다고 본다. 우린 광주이고, K리그를 대표하는 팀이다. 자부심을 가지고서 알 힐랄에 맞서겠다.
Q. 고베전에서 기적을 쓰지 않았나. 그 기적의 기억이 사우디에서 또 하나의 기적을 쓰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고베전은 기적이란 단어 외 표현할 방법이 없다. 지금 생각해도 고베전을 마친 뒤의 감정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우리가 그런 경기를 펼칠 수 있었던 건 희망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로를 믿었고, 마지막까지 승리를 위해 싸웠다. 1% 희망으로 기적을 써봤다. 고베와의 ACLE 16강 2차전이 알 힐랄전보다 힘들었으면 힘들었지 쉬운 경기는 아닐 거다. 사우디에서 또 하나의 기적을 써 보겠다.
Q. K리그 모든 팬이 광주를 응원한다.
팬들에겐 항상 감사하다. 이렇게 좋은 구단에서 수많은 팬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게 큰 행복인 것 같다. 나는 진짜 복 받은 선수다. 팬들의 성원을 등에 업고 뛰는 만큼 잘 해보겠다.
[영종도=이근승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