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산업의 대명사와 같았던 록히드 마틴이나 노스럽 그루먼 같은 미국 방위 산업체 주가가 올들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 증시나 유럽 주식 시장에서 방산주들이 날개를 달았던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인 움직임이다.
그러나 7월초 통과된 트럼프의 OBBB 법안과 현재 제출된 2026년 전체 대통령 예산 요청안에 따르면, 당초 예상보다 국방 예산이 증액됐다. 월가 분석가들은 이에 따라 이번주부터 실적 발표가 이어지는 방위산업 기업들의 실적이 내년부터는 개선될 것이라며 목표 주가를 잇따라 상향했다.
21일(현지시간) 외신들에 따르면, S&P의 항공우주 빛 방위 산업 지수는 4월 4일에 트럼프의 상호관세 발표 직후 저점을 찍은 후 40% 급등했다. 같은 기간 S&P500 지수도 24% 상승했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 항공기 관련 영향이다. 미국 방산 업체들의 주가는 하락하거나 지지부진한 상태이다.
F-22랩터나 F-35 라이트닝 II,사드 미사일시스템 등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방산기업인 록히드 마틴(LMT)의 주가는 작년 10월에 기록한 최고치 614달러에서 25% 이상 하락한 46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노스럽 그루먼(NOC)은 스텔스 폭격기나 우주 미사일 방어의 중심 기술을 보유한 업체로 꼽히지만 올들어 역시 작년 최고가에는 10% 이상 하락한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올들어 미국 방산 업체 주가가 지지부진했던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이 크다. 미국 정부가 EU와 아시아 동맹국들에 대해 자체 방위비 증액을 요구하고 미국의 예산 감축을 강조하면서 군사 지출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진 덕분이다. 여기에 트럼프의 관세 위협으로 글로벌 고객들의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더해지면서 트럼프 취임이후 주가가 하락했다.
인베스터닷컴에 따르면, 월가 분석가들은 올해말부터 방산 업체들의 전망이 개선될 것이라며 주가 하락시 매수를 권고하고 있다.
씨티은행의 분석가 제이슨 거스키는 항공우주 및 방위 산업 전반의 모멘텀이 계속해서 가속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OBBB에서 국방 예산이 증액됐음을 지적했다.
분석가는 미국의 국방 예산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방위서비스 제공업체들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들의 국방비 지출 목표를 상향함에 따라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씨티는 항공우주 및 방위 산업 전반에 걸쳐 대부분 매수 등급을 유지했다.
번스타인은 이번 주 2분기 실적 발표가 방산주 실적에 잠재적인 변곡점을 제공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번스타인은 록히드마틴의 목표 주가는 540달러에서 551달러로, 노스럽 그루먼의 목표 주가는 531달러에서 586달러로, 제네럴 다이내믹스의 목표 주가는 295달러에서 314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모건스탠리는 항공 우주 관련 주식들이 사상 최고치 배수로 거래되는 것이 업계의 회복 탄력성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모건 스탠리는 지난 주 RTX(RTX)와 텍스트론(TXT)의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시포트 리서치의 분석가 리처드 사프란은 “주가 하락시 매수 기회로 활용하라”면서 이번 분기 실적은 좋지 않을 수 있으나 방위 산업 전망은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L3 해리스 테크놀로지와 록히드 마틴, 노스롭 그루먼 같은 종목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RBC 캐피털 마켓의 분석가인 켄 허버트는 올해 하반기에는 국방 부문이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현재 제출된 2026년 전체 대통령 예산 요청안과 1,500억달러 규모의 예산 조정 법안에 따른 잠재적 상승 가능성을 언급했다.
현재 항공우주 및 방위 업종의 주가수익비율 (PER)은 31배로 나스닥 100의 27배보다 높다. 이는 주로 항공 우주 부문이 높게 평가되는데 따른 것으로 지수내에서 주요 군수 업체들의 밸류에이션은 상대적으로 저조한 수준이다.
RTX의 경우 금요일 종가 기준 PER는 24배, 록히드 마틴은 16배, 노스럽 그루먼과 제너럴 다이내믹스는 19배에 거래되고 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