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에너지 시장을 뒤흔들었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전을 향해 가고 있다는 기대감에 국제 유가가 급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연달아 통화하며 종전 협상을 즉각 시작하겠다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미국의 원유 재고가 3주 연속 증가했다는 데이터도 유가 하락을 이끌었다.
1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3월물은 전일 대비 2.66%(1.95달러) 급락한 배럴당 71.3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4월 인도분은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전 거래일 대비 2.36%(1.82달러) 떨어진 오른 배럴당 75.18달러에 마감했다. 4일 만의 하락 반전이다.
이날 국제 유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 젤렌스키 대통령과 각각 통화했다는 소식에 영향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을 즉각 개시하는 데에 합의했다고 밝혔고,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 이후에는 “통화가 아주 잘 진행됐다. 그(젤렌스키 대통령)는 푸틴 대통령처럼 평화를 이루고자 한다”고 전했다.
지정학적 긴장은 원유 가격 변동에 영향을 준다. 시장은 전쟁이 끝나면 미국의 러시아산 원유 제재도 풀릴 수 있기 때문에 공급 위험이 해소될 것이란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필 플린 프라이스 퓨처스그룹 수석 분석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 회담으로 원유 가격의 프리미엄이 일부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날 미국에서 발표된 데이터도 유가에 하방 압력을 가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1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0.5% 상승하며 2023년 8월(0.6% 상승)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도 3% 올라 시장 예상치(2.9%)를 상회했으며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으로 3%대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이에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은 꺾였고, 원유 선물 매도로 이어졌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같은 날 지난주 미국 원유 재고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EIA에 따르면 지난주(2월 1~7일) 상업용 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410만배럴 증가한 4억2790만배럴에 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조사한 전문가 예상치(240만배럴 증가)를 훌쩍 뛰어넘었다. 다만 휘발유 재고는 13주 만에 처음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