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사금융 대상 ‘번호 이용중지제’
내일부터 등록 대부업자에도 적용
불법추심 당한 채무자가 직접 신고
60% 이상 금리땐 계약 원천무효
자영업자 연모 씨(37)는 급전이 필요해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된 대부업체에서 200만 원을 빌렸다. 거래 조건은 연 15%의 금리를 적용해 한 달 뒤 230만 원(원금 포함)을 갚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부업자는 상환 기일까지 한 주가량 남은 시점부터 원리금을 갚으라고 독촉해 왔다. 그는 “4주 이후에 갚기로 계약을 맺었는데 3주 차부터 밤낮없이 전화를 걸어 상환을 독촉하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토로했다.앞으로는 이처럼 밤에도 독촉 전화를 하거나 돈을 갚으라며 욕을 하는 대부업자에 대해 채무자가 직접 해당 업자의 전화번호 이용을 정지시킬 수 있게 된다. 불법 사금융 제재를 강화하는 대부업법 개정안이 22일 시행되면서 전화번호 이용 중지 제도도 확대 적용되기 때문이다.
● 등록 대부업자도 불법 행위 시 번호 정지
전화번호 이용 중지 제도는 금융당국, 지자체 등에 등록되지 않은 불법 사금융업의 대부 광고에 쓰인 번호를 차단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2014년 10월 도입됐다. 대부업법 개정안 시행으로 제도가 확대 개편되면서 10여 년 만에 등록 대부업자들의 불법 행위도 규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욕설·협박 △가족·지인 추심 △법정 최고금리(연 20%)를 초과하는 이자 부과 등의 행위를 한 등록 대부업자들의 번호 정지도 가능해진다.
등록 대부업자로부터 불법 행위를 당한 채무자가 직접 해당 번호를 금감원 홈페이지, 서민금융진흥원, 각 지자체 등에 신고하면 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카카오톡, 라인 등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불법 사금융 관련 피해를 입은 분들은 애플리케이션 내 신고 기능을 활용하길 당부드린다”고 설명했다.● 22일부터 대부업법 개정안 시행앞서 지난해 말 여야는 불법 사금융을 근절하기 위해 인신매매, 신체 포기 각서 등 반(反)사회적 행위가 포함된 대부 계약을 원천 무효로 하는 ‘대부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방식으로 빚을 갚길 독촉하거나 과도한 이자를 부과하는 대부업자들은 원금조차 돌려받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개정안에는 △대부업 등록 기준 강화 △불법 사금융 처벌 기준 상향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대부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을 당시 쟁점은 ‘반사회적 초고금리’의 수준이었다. 당시 여당인 국민의힘은 100%를, 더불어민주당은 60%를 각각 제시한 바 있다. 주무 부처인 금융위원회는 올 4월 ‘반사회적 초고금리’의 기준을 연 이자율 100% 이상으로 하는 시행령을 입법 예고했으나, 지난달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자 민주당이 주장해 온 연 60%로 시행령 내용을 바꿔 다시 입법 예고했다. 이에 따라 등록 대부업자가 법정 최고금리(20%)의 3배인 연 60% 이상의 금리를 소비자에게 부과할 경우 계약은 원천 무효가 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새 정부가 불법 사금융 척결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 온 점을 고려하여 이 대통령 취임 이후 민주당과 다시 협의해 시행령 개정안에 추가로 반영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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