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사람 진짜 많다." "앉으려면 줄 서야 하나 봐."
29일 오전 9시 30분께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재래시장 특유의 북적임 속에 유독 긴 줄이 한 건물을 따라 늘어서 있었다. 스타벅스가 새롭게 문을 연 '광장마켓점' 입장을 기다리는 대기 줄이었다.
◇100명 넘는 대기 인파…"여기서만 파는 메뉴 먹으러 왔어요"
이날 오픈 시각 직후 매장 입구 계단을 따라 길게 이어진 줄은 대략 100여 명. 내부엔 약 12명의 직원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주문을 소화했지만, 손님 대부분은 평균 30~40분을 기다려야 겨우 음료 한 잔을 주문 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았다.
군 복무 중이라는 노모(21)씨는 "인스타에서 보고 오늘 오픈한다고 해 아침부터 찾아왔다"며 "경동시장점도 자주 가는데 여기도 분위기가 좋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며 "10분 정도 기다렸고 앞으로 얼마나 더 기다려야 줄이 줄어들지 모르겠지만 지금 주문하려는 골든 만다린 홉 피지오는 꼭 마셔보고 싶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친구와 함께 온 주부 강모(43)씨는 "스타벅스를 좋아하는 친구 따라서 왔는데, 여기에서만 받을 수 있는 굿즈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아침 일찍부터 기다렸다"며 "300명 안에 들면 머그잔을 준다길래 줄을 섰다"고 웃으며 말했다.
대학생 유현준(20) 씨는 "평소에도 스타벅스를 좋아해서 오픈 소식을 보고 바로 달려왔다"며 "이곳에서만 파는 만다린 피지오나 실타래 케이크가 궁금하다. 약 30분 정도 기다린 것 같다"고 했다.
몰려든 방문객들로 인해 전산 시스템이 일시적으로 중단되면서 사이렌 오더(모바일 주문 서비스)가 불가능하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기도 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오늘처럼 많은 손님이 몰리면 사이렌 오더가 폭주해 먼저 줄을 선 손님들이 오히려 음료나 음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이에 전산 문제로 일시 중단했으며 직접 주문만 가능하도록 조치했다"며 "스페셜스토어나 커뮤니티 스토어처럼 특색 있는 매장이 오픈할 경우, 스타벅스 손님들이 대거 몰리기 때문에 1~2일 정도는 혼잡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옛날 감성 자극하네"…루프탑까지 갖춘 3층 구조
광장시장의 중앙부에 자리한 이 매장은 한국 최초의 상설시장이라는 상징성을 품은 공간에 '레트로 감성'을 입힌 스타벅스의 10번째 커뮤니티 스토어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이번 매장을 두고 '시간을 추출하는 커피상회'라는 콘셉트를 내세우며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공간으로 구성했다고 밝혔다.
광장마켓점은 1층 콜드브루 테이크아웃 공간, 2층 일반 좌석, 3층 루프탑으로 구성돼 있다. 총 250석 규모의 이 매장은 계단마다 나무 간판과 한글 서체가 곳곳에 놓여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풍경'을 연출했다..
2층 메인 공간에는 스타벅스의 초기 로고와 광장시장의 일러스트가 어우러져 빈티지한 분위기를 냈고, 3층 루프탑에는 '스타벅스'라는 한글 벽화가 큼직하게 그려져 있어 인증샷 명소로 떠올랐다.
실제로 기자가 방문한 시간 내내 사진을 찍고 구석구석을 둘러보는 방문객들로 붐볐다.
스타벅스는 해당 매장을 중장년층에게는 향수를, 젊은 세대와 외국인 방문객에게는 신선함을 줄 수 있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기부하면 머그컵 증정"…매장 한정 메뉴도 '주목'
이날 오픈 기념으로 마련된 이벤트도 큰 인기를 끌었다. 매장에서 4000원 이상을 기부한 고객에게는 스타벅스 로고가 새겨진 한정판 머그잔을 증정했다. 선착순 300개 한정 수량 중 1시간 만에 200개가 소진됐다.
기부금은 NGO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통해 광장시장 상생 활동에 사용될 예정이다.
광장마켓점에서는 전국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스페셜 메뉴도 선보였다. 대표적인 메뉴는 '골든 만다린 홉 피지오(8500원)'. 청량감과 시트러스 향이 어우러져 마치 무알코올 맥주를 마시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이 음료는 루프탑 공간과 어울리는 시그니처 메뉴다.
이 외에도 '막걸리향 크림 콜드브루'(9000원), ‘인절미 크림라떼'(9000원) 같은 전통 디저트를 변형한 음료, '시루 허니 케이크'(9800원), '실타래 바움쿠헨'(1만5000원) 등도 함께 출시됐다. 전통 포목 문화에서 영감받은 베어리스타 MD, 한복 굿즈도 출시되어 눈길을 끌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매장에서 판매되는 모든 품목당 300원의 기금이 적립돼 광장시장 현대화와 상인 지원에 사용될 예정이고 커뮤니티 스토어는 매장 오픈 시 매칭된 NGO 단체가 있으면, 시장 현대화와의 동반 성장을 목표로 한다"며 "이번 매장은 단순한 커피숍을 넘어 지역과 상생하는 새로운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