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탬파베이 레이스는 당시에는 생소했던 ‘오프너’라는 개념을 도입, 메이저리그의 유행을 선도했다.
‘오프너’는 선발 투수대신 불펜 투수가 제일 처음 등판, 1~2이닝 정도를 소화하는 것을 말한다. 확실한 선발 투수가 없는 상황에서 상대 상위 타선과 매치업에서 초반부터 우위를 가져가기 위한 변칙 작전이었고, 이는 탬파베이뿐만 아니라 리그 전체에 유행으로 번져나갔다.
지속가능하지 못할 거 같았던 이 작전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누군가 궂은 일을 해낸 덕분이다. 요니 치리노스(31)는 그 일을 해준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선발로도 나왔지만, 때로는 오프너 이후 등판하는 롱 릴리버, 이른바 ‘벌크 이닝 가이(Bulk inning guy)’로서 자기 역할을 해냈다. 2019년에는 이같은 역할로 133 1/3이닝을 던지며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기여했다.
“당연히 어려웠다. 항상 선발 투수로 선수 생활을 해왔기에 투구 스타일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았다.”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서 진행된 LG트윈스 스프링캠프 현장에서 만난 치리노스는 당시를 떠올렸다.
힘든 기억이었지만, 동시에 지금까지 그의 커리어에서 가장 밝게 빛났던 시기였다. “메이저리그라는 큰 무대에서는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 그런 기회가 왔던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했다. 항상 마운드에 올라갔을 때는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며 말을 이었다.
치리노스의 커리어는 2020년 중요한 변곡점을 맞이한다. 팔꿈치 인대를 재건하는 토미 존 수술을 받았고 그 여파로 2021시즌까지 통째로 쉬었다.
2022년 복귀한 그는 빅리그에서 많은 기회를 얻지 못했다. 3년간 28경기 등판했지만 평균자책점 5.31을 기록했다. 마이애미 말린스에서 뛴 2024시즌은 대부분을 트리플A에서 보냈다. 트리플A 21경기에서 110 2/3이닝 던지며 10승 6패 평균자책점 3.66의 성적을 냈다.
그는 “수술 전 몸 상태를 온전히 되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 말하면서도 “몸 상태를 그전과 같이, 혹은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많은 방법을 연구했고 많은 훈련을 해왔다. 지금은 컨디션이 정말 좋다. 항상 나는 지금보다는 미래에 더 나은 내 모습을 그려가며 훈련하고 있다”며 몸 상태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새로운 팀에 대한 적응은 이미 마쳤다. “한국의 스프링캠프가 미국과 비교했을 때 조금 더 에너지가 넘치고 긍정적인 분위기가 많은 거 같다”며 한국 야구팀의 스프링캠프 문화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특히 주장 박해민 선수가 먼저 말을 걸어주면서 적응을 도왔다고 밝힌 그는 “재밌는 동료들이 많다. 나와 성격이 잘맞는 팀원들이 많다. 케미스트리도 잘 맞고 있다. 생각보다 더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며 동료들 덕분에 쉽게 적응하고 있음을 알렸다.
새로운 동료 엘리저 에르난데스는 친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같은 베네수엘라 출신이라는 점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그가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심리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것이 치리노스의 설명.
KBO리그를 “전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경쟁적인 리그”라 칭한 그는 “선수 생활에 있어 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며 새로운 경험에 대한 기대감도 전했다.
그는 이 경쟁력 있는 리그, 그리고 경쟁력 있는 팀인 LG에서 커리어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히 자신의 일을 하는 것일 터. 그는 “건강하게 내 리듬을 유지하며 120이닝 이상, 10승 정도는 했으면 좋겠다”며 2025시즌에 바라는 점에 대해 말했다.
영상을 통해 LG 경기를 봤다고 밝힌 그는 “영상에서 제일 좋았던 부분은 경기장을 꽉 채워주는 팬분들이 계시다는 것이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내가 투구를 할 수 있다면 넘치는 아드레날린과 함께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빨리 시즌을 시작해서 팬분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팬들에게 인사를 남겼다.
[스코츠데일(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