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권 떼어내도 타부처에 말발 통할까” 기재부의 고민[세종팀의 정책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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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현안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09.08. [세종=뉴시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현안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09.08. [세종=뉴시스]
이재명 정부가 기획재정부를 재정경제부(재경부)와 기획예산처(예산처)로 분리하는 정부 조직 개편안을 확정하면서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 출범한 기재부가 1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습니다. 새로운 체제는 내년 1월 2일부터 본격 가동되는데 재경부는 경제정책 총괄·조정과 세제·국고·금융·공공기관 관리 기능을 담당하고,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과 중장기 국가발전전략 등을 총괄하게 됩니다.

기재부 내부에서는 이번 개편안을 두고 ‘안도’와 ‘불안’, ‘기대감’이 공존하는 분위기입니다. 일단 경제부총리 체제를 지킨 만큼 경제 정책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지속한다는 점에서 한숨 돌렸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예산 편성과 재정 정책 기능을 기재부에서 분리한다는 얘기는 워낙 오래됐고, 내부에서도 기정사실로 받아들인 내용이라 별다른 타격이 없는 것 같다”며 “다른 부처에게 예산권을 뺏긴 것도 아니고 새로 신설되는 예산처로 기존 동료들이 넘어가는 것인 만큼 향후 원활한 소통에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8일 세종정부청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예산실 분리되면 의사결정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데, 저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며 “기재부가 예산실과 같이 한 가족처럼 지내다가 분리된다고 가족이 아닌 것이 아니고, 떨어져 있다 보면 붙어있을 때 못 느꼈던 새로운 장점도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물론 우려섞인 목소리도 큽니다. 기재부가 다른 부처에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던 핵심 권한인 예산권을 예산처에 내준 만큼 경제 정책을 수립하고 타부처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과거와 같은 주도권을 잃을 것이란 취지입니다.

한 정부 부처 관계자는 “기재부가 다른 부처들과 경제 정책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면서 강한 그립을 잡고 갈 수 있었던 것은 결국 돈줄을 쥐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한동안은 예산처와 재경부가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어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 두 부처간 경쟁 구도가 만들어지면서 잡음이 들릴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중장기 국가 전략 기능이 예산처로 넘어가면서 업무 효율성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단기 정책 수립 및 타 부처와의 정책 조정 역할은 여전히 기재부가 담당하면서 중장기 전략 수립만 예산처가 수행할 경우 경제 정책의 연속성에 균열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인사 관련해서는 젊은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혼란스러운 분위기입니다. 기재부의 한 사무관은 “고위공무원 등은 이미 본인의 주된 업무가 정해진 만큼 결정된 조직개편을 그대로 따르면 된다”며 “젊은 공무원들은 실국을 오가며 근무해온 만큼 재경부와 예산처 중 어딜 가야하는지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조직 개편안을 두고 긍정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특히 기획예산처 신설로 인사 적체가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번지고 있고, 국융위로 넘어갔던 국내 금융 정책 기능을 되찾아온 점도 높은 평가를 받는 모습입니다. 또다른 기재부 관계자는 “예산처가 장관급 부처로 신설되면 그만큼 고위공무원 자리가 신설되면서 꽉 막혔던 인사 적체가 자연스럽게 풀릴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며 “국내 금융 기능을 금융위에서 넘겨 받아 재경부가 국내외 금융을 아우르게 된 것도 이번 개편안에서 (기재부가) 얻어낸 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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