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주사치료제 마운자로가 출시 4주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공급이 부족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마운자로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면서 애초 당뇨병 치료 목적으로 개발된 치료제가 다이어트 목적으로 오남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마운자로는 지난달 14일 국내에 출시돼 같은 달 20일부터 한국릴리와 공급 계약을 체결한 유통업체들을 통해 병·의원과 약국에 공급되고 있다. 그러나 공급 4주일이 지났지만 대부분 약국에서는 마운자로를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수요가 많지만, 공급은 부족해 대형 병원과 약국 위주로만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다.
릴리 경쟁사인 노보노디스크가 마운자로 출시에 맞춰 비만약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 가격을 용량에 따라 최고 42% 인하해 시중 판매가격이 20만원대 중반까지 낮아졌지만, 시중가 33만원 수준인 마운자로 수요는 줄지 않는 모습이다.
마운자로는 주 1회 투여용으로 설계돼 있다. 펜 하나가 1주일분에 해당하기 때문에 4주 사용 시 4개의 펜을 사용한다. 출시하자마자 구입한 사람들까지 재구매에 나서면서 품귀현상이 더욱 심화하는 분위기다.
마운자로는 GLP-1뿐만 아니라 GIP 수용체까지 이중으로 작용하는 메커니즘 덕분에 체중 감량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상실험에서 체중 감량 효과가 현재까지 나온 비만약 중 가장 컸다. 릴리의 임상 결과에 따르면 마운자로는 고용량까지 투약할 경우 체중 감소율이 평균 20.2%로 13.7% 수준인 위고비보다 높았고,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에서도 올해 1분기 위고비를 제치고 시장점유율 1위에 올랐다.
마운자로의 수요 부족은 중국과 인도에 비해 한국의 공급량이 많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꼽히고 있다. 마운자로는 2022년 5월 미국에서 출시된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중국, 일본, 유럽국 등 48개국에 출시됐지만, 한국에서는 3년 이상 지난 올해 8월 중순에야 저용량 제품인 2.5㎎과 5㎎ 출시가 이뤄졌다. 고용량 제품인 7.5㎎과 10㎎은 공급 부족 등 여파로 10월 중순쯤에서나 국내에 들어올 것으로 전망된다.
위고비에 이어 마운자로까지 돌풍을 일으키면서 비만치료제 시장이 확대됐다는 게 의료계의 반응이다.
마운자로 출시 직전 위고비의 국내 비만약 시장 점유율은 73.1%였다. 출시 6개월 만에 매출 1000억을 올리며 1년 사이에 압도적인 점유율로 시장 1위를 달성했고, 위고비 덕택에 국내 비만약 시장이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기기도 했다.
비만뿐 아니라 고혈압, 당뇨병 등 동반 질환 발생률이 낮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실제로 마운자로는 고도비만 환자의 수면무호흡증 치료에도 활용될 수 있도록 지난달 식품의약안전처로부터 승인도 받았다.
하지만 미용 목적으로 마운자로, 위고비 등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GLP-1) 계열 비만치료제를 무분별하게 처방받는 건 문제로 꼽힌다.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주사제는 초기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인 성인 비만 환자 또는 27㎏/㎡ 이상 30㎏/㎡ 미만이면서 고혈압 등 1개 이상 체중 관련 동반 질환이 있는 성인 과체중 환자에게 처방되는 전문의약품이다. 과체중 환자가 사용해도 구토, 설사, 변비 등 위장관계 이상 반응과 발진, 통증, 부기 등 주사 부위 반응이 흔하게 나타나는데, 저체중 혹은 정상 체중인 사람이 이를 투여하면 동일한 용량의 약물이라고 해도 체중 대비 혈중 약물 농도가 높아져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대한비만학회는 위고비 출시 직후 성명을 내고 "비만 치료 목적이 아닌 미용 목적으로 사용 시 치료 효과보다는 부작용을 경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