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부안해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39분경 부안군 위도면 하왕등도 동쪽 4km 해상에서 부산 선적 신방주호(34t, 근해통발)에 불이 났다. 화재 신고는 해당 선박에서 119를 통해 이뤄졌다.
신방주호는 이날 오전 7시 부안 격포항을 출항해 조업을 위해 이동했다. 승선원은 한국인 4명, 인도네시아인 8명 등 총 12명이었다. 화재는 기관실에서부터 시작됐다. 선원들은 진화를 시도했지만, 불이 계속 번지자 바다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사고 직후 해경은 경비함정을 현장에 급파하고, 인근 해역에서 조업 중인 어선에도 도움을 요청했다. 한국인 2명과 인도네시아인 3명 등 승선원 5명이 바다에 떠 있다가 구조됐다. 하지만 한국인 2명, 인도네시아인 5명 등 7명은 실종됐다. 해경은 “왜 화재가 났는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전날인 12일 오후 7시56분경에는 서귀포시 표선면 남서쪽 약 12㎞ 해상에서도 서귀포 선적 2066재성호(32t, 근해연승)가 전복됐다. 사고 직후 현장으로 출동한 해경은 선원 5명(한국인 선장 1명, 베트남인 선원 3명, 인도네시아인 선원 1명)을 구조했지만, 나머지 한국인 선원 5명은 실종됐다. 실종자 5명 가운데 2명은 사고 다음 날 바다 위와 선체 내에서 각각 시신으로 발견됐다. 제주 해경 관계자는 “10일 오전에 출항한 재성호가 기상 악화로 피항하던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며 “구조된 한국인 선장도 ‘피항 중 너울성 파도를 만나 배가 뒤집혔다’고 진술했다”라고 밝혔다.이달 들어서만 총 5건(제주 3건, 전남 1건, 전북 1건)의 어선 사고가 발생했다. 올 들어 어선 사고가 줄 잇는 이유로 인근 해역 어족 자원 고갈이 꼽힌다.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제주의 경우 올해 ‘갈치 흉어(凶漁)’로 악천후에 배를 모는 등 무리한 조업이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정철 한림어선주협회 회장(57)은 “선원 월급과 대출금, 유류비 등을 충당하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무리한 조업에 나서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전국 갈치류 위판량과 위판액은 3만5000t, 3158억 원으로, 전년 5만2000t, 4307억 원보다 각각 33%, 27% 감소했다.
여기에 한일 간 어업협정이 2016년부터 현재까지 타결되지 못하면서 가까운 일본 대신 수백㎞ 떨어진 대만 인근 해역으로 원거리 조업에 나서는 상황이 사고 위험을 더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제주 한 어업 관계자는 “대만 해협에는 제주 어선이 많을 때는 80척까지 된다”고 전했다. 사고가 잇따르자 해양경찰청은 해양 안전 특별 경계를 발령하고 다음 달 15일까지 해경 함정과 장비를 사고 위험 해역에 전진 배치하기로 했다. 경비함정, 파출소, 구조대 등은 24시간 비상 출동 태세를 유지하며 순찰 활동도 강화한다.
제주=송은범 기자 seb1119@donga.com
부안=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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