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 소리 하지 마 충분히 할 수 있어”…부산고 원투펀치→1군 필승조, 동반 성장하는 ‘탁상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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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에서 동반 성장하고 있는 KT 원상현(왼쪽)과 KIA 성영탁. 사진제공|KT 위즈, KIA 타이거즈

프로에서 동반 성장하고 있는 KT 원상현(왼쪽)과 KIA 성영탁. 사진제공|KT 위즈, KIA 타이거즈

“열심히 해서 태극마크 같이 달아보자.”

원상현(21·KT 위즈)과 성영탁(21·KIA 타이거즈)은 프로 2년차인 올해 기분 좋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원상현은 41경기에서 2패13홀드, 평균자책점(ERA) 3.38을 기록했고, 성영탁은 21경기에서 1승1홀드, ERA 0.71의 성적으로 나란히 불펜진에 힘이 되고 있다. 

2004년 동갑내기 절친은 프로에서 느끼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함께 이겨내며 동반 성장하고 있다.

KT 원상현(사진)과 KIA 성영탁은 프로 입단 후에도 우정을 과시하며 서로의 발전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사진제공|KT 위즈

KT 원상현(사진)과 KIA 성영탁은 프로 입단 후에도 우정을 과시하며 서로의 발전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사진제공|KT 위즈

●탁상 듀오의 시작

원상현과 성영탁은 나란히 개성중-부산고로 진학해 팀의 원투펀치로 활약했다. 원상현은 고교 시절, 성영탁은 중학교에 다닐 당시 부상으로 1년 유급했지만, 같은 처지의 친구가 있어 힘든 시간을 이겨낼 수 있었다. 이들은 부상 회복 후 에이스의 책임감을 함께 나누며 돈독한 우정을 쌓았다. 

이들을 지도했던 박계원 부산고 감독은 “둘은 훈련할 때도 서로 도와주고, 항상 붙어 있었다. 라이벌이라면, 절대 그럴 수 없다. 서로 도움을 주는 관계였다”며 “(원)상현이가 던지고, 공수교대 후 (성)영탁이가 1군 데뷔전(5월20일 수원 KT전)을 치렀다. 제자가 연달아서 프로에서 던지니 감정이 묘했다” 고 회상했다.

원상현(맨 윗줄 오른쪽 2번째)과 성영탁(오른쪽 밑에서 2번째)이 2023년 5월 29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77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동아일보사·스포츠동아·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공동주최) 결승전에서 선린인터넷고를 꺾고 우승한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출처|원상현 인스타그램 캡처

원상현(맨 윗줄 오른쪽 2번째)과 성영탁(오른쪽 밑에서 2번째)이 2023년 5월 29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77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동아일보사·스포츠동아·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공동주최) 결승전에서 선린인터넷고를 꺾고 우승한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출처|원상현 인스타그램 캡처

●드래프트 지명의 영광, 그러나 높았던 프로의 벽

원상현은 2024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7순위로 KT 유니폼을 입었고, 성영탁은 같은 드래프트의 10라운드 96순위로 KIA에 입단했다. 목표했던 프로 선수의 꿈을 이뤘지만, 그들보다 앞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선배들의 벽은 높았다.

성영탁은 140㎞ 초반대 구속을 벗어나지 못했고, 원상현은 150㎞가 넘는 빠른 공에도 흔들리는 제구 탓에 고전했다.

이들은 서로의 고민을 나누다 머리가 번뜩였다. 자신들의 고민이 절친의 최대 강점이었기 때문이다. 원상현은 성영탁에게 구속 상승에 대한 조언을, 성영탁은 원상현에게 제구 잡는 비결을 공유하며 발전했다.

성영탁은 “상현이가 내게 어떻게 포인트를 잡고 던지는지 물어봤다. 나는 그날 공이 오른쪽으로 빠지는 느낌이 들면, 스트라이크존 왼쪽만 보고 던진다는 조언을 해줬다”고 둘이 나눈 얘기를 전했다.

이어 “반대로 상현이에게는 구속을 늘리기 위해 몸의 꼬임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물어봤다. 지금은 147㎞까지 구속이 나오는 걸 보니 확실한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원상현은 “(성영탁이와 서로의 장단점이 다르다 보니 많은 대화를 하고 있다. 정말 멋진 친구고, 1군에서도 잘하고 있다. 나도 모르게 자극받는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KIA 성영탁(사진)과 KT 원상현은 프로 입단 후에도 우정을 과시하며 서로의 발전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KIA 성영탁(사진)과 KT 원상현은 프로 입단 후에도 우정을 과시하며 서로의 발전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부산고 원투펀치→1군 필승조→다음은 태극마크?

원상현과 성영탁은 초등학교 시절 리틀야구 대표팀에서 함께한 것 외에는 태극마크와 인연이 없다. 이들은 대표팀 발탁을 다음 목표로 세웠다.

성영탁은 “내가 매번 상현이한테 ‘나는 태극마크가 아직 멀었다. 너라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했는데, 상현이가 ‘약한 소리 하지 마라’고 한다. 더 열심히 해서 같이 태극마크를 달아보고 싶다”고 소망을 나타냈다.

박정현 기자 pjh60800@donga.com

박정현 기자 pjh608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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