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챔프 박혜수 한국복싱 이탈리아 연패 끊어

여자권투 월드클래스 박혜수(37·대전변교선복싱클럽)가 대한민국 스포츠 역사를 새로 썼다.

이탈리아 노바라의 ‘팔라이고르 고르곤촐라’에서는 한국시간 6월15일 일요일 세계복싱협회(WBA) 여자 플라이급(50.8㎏) 골드 챔피언결정전을 메인이벤트로 하는 대회가 열렸다.

WBA 라이트플라이급(49㎏) 아시아 챔피언 박혜수는 유럽복싱연합(EBU) 플라이급 챔피언 출신 마르티나 베르닐레(39·이탈리아)와 2분×10라운드 승부에서 원정경기의 불리함을 극복하고 비겼다.

2025년 5월 WBA 세계랭킹을 보면 사단법인 한국복싱커미션(KBM)의 박혜수는 라이트플라이급 10위, 마르티나 베르닐레는 플라이급 12위이다. 한국 선수가 이탈리아 프로권투 무대에 오른 것은 1만3553일(37년1개월8일) 만이다.

WBA 플라이급 골드타이틀매치 헝가리 부심은 96-94로 박혜수, 이탈리아 부심은 반대로 마르티나 베르닐레가 96-94로 이겼다고 채점했다. 벨기에 부심은 95-95로 우열을 가릴 수 없다고 봤다.

어떤 저지의 판단이든 박혜수는 최소 네 라운드, 많게는 여섯 라운드에서 마르티나 베르닐레보다 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탈리아에서 지지 않은 대한민국 첫 프로복서가 됐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밀라노의 축구장 산시로에서는 1968년 5월 WBA 슈퍼웰터급(69.9㎏) 타이틀매치가 진행됐다. 제3회 일본 도쿄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故 김기수가 챔피언으로 3차 방어에 나섰지만, 1-2 판정패를 당하여 故 알레산드로 마친기한테 왕좌를 뺏겼다.

마르틴 코지(64)가 1988년 5월 홈경기로 도전자 이상호(66)한테 2라운드 KO승을 거둬 WBA 라이트웰터급(=지금의 슈퍼라이트급, 63.5㎏) 타이틀 1차 방어에 성공한 것이 대한민국 권투선수의 마지막 이탈리아 출전이었다.

한국 프로복서의 이탈리아 첫, 두 번째 원정은 결과가 좋지 못했다. 박혜수가 승리하면 더 좋았겠지만, 무승부로 어느 정도 만회를 할 수 있게 됐다.

팔라이고르 고르곤촐라는 최근 2시즌 연속 유럽배구연맹(CEV) 여자클럽대항전 챔피언 홈구장이다. 이탈리아 여성 스포츠의 성지 같은 장소에서 마르티나 베르닐레를 향한 4000여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을 견뎌낸 것 역시 인정할 가치가 충분하다.

박혜수는 ▲2013년 범아시아복싱협회(PABA) 슈퍼플라이급(52.2㎏) 챔피언 ▲2017년 세계복싱연맹(WBF) 라이트플라이급 인터콘티넨털 챔피언 ▲2024년 WBA 라이트플라이급 아시아 챔피언을 지냈다.

△2013년 WBA 미니멈급(47.6㎏) 도전자 △2019년 여자국제복싱협회(WIBA) 슈퍼플라이급 챔피언결정전 △2022년 동양태평양복싱연맹(OPBF) 미니멈급 도전자 등 왕좌를 차지하지 못한 아쉬움도 이번 이탈리아 명승부에 도움이 되는 경험이었을 것이다.

마르티나 베르닐레는 2024년 국제복싱기구(IBO) 라이트플라이급 챔피언결정전 패배를 만회할 기회가 생겨 이탈리아 홈에서 박혜수를 꺾겠다는 각오가 남달랐지만, 승리가 아닌 결과 또한 받아들였다.

이번 WBA 골드타이틀매치는 이탈리아복싱연맹(FPI) 유튜브로 생중계됐다. 마르티나 베르닐레는 무승부 인터뷰에서 “확실히 접전이었죠. 정말 근소한 차이였어요. 점점 더 치열해지는 싸움이었습니다. 우리 둘 다 성공했다고 생각해요. 능력을 보여줬죠”라고 박혜수를 인정했다.

마르티나 베르닐레는 제19회 세계킥복싱단체협회(WAKO) 월드챔피언십 동메달 및 세계킥복싱네트워크(WKN) 유럽 챔피언으로 활약하여 입식타격기 37승을 거둔 후 2020년 권투로 전향했다.

사바트(프랑스) 무에타이(태국) 등 여러 투기 종목에서 이탈리아 챔피언이었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가 마르티나 베르닐레를 홍보대사로 위촉한 이유일 것이다.

이탈리아 여자프로복싱 선수가 ‘아디다스’ 앰배서더로 선택된 것은 마르티나 베르닐레가 최초다. “기회를 놓아버릴 때가 아닙니다. 저는 재경기가 있을 거로 생각해요. 무승부로 끝나 WBA 플라이급 골드 챔피언 벨트의 주인공을 찾지 못했으니까요”라며 2차전을 희망했다.

KBM 황현철 대표는 MK스포츠에 “대전변교선복싱클럽 변교선 관장도 리매치를 하겠다는 뜻을 전했다”라고 설명했다. 박혜수한테 개인 통산 여덟 번째 국제기구 타이틀매치에서 네 번째 챔피언이 될 찬스가 머지않아 찾아올 분위기다.

박혜수 프로복싱 국제 타이틀전 경력

2013년 PABA 챔피언

2013년 WBA 타이틀매치

2017년 WBF 인터콘티넨털 챔피언

2019년 WIBA 타이틀매치

2022년 OPBF 타이틀매치

2024년 WBA 아시아 챔피언

2025년 WBA 골드 타이틀매치

마르티나 베르닐레 투기 종목 커리어

# 킥복싱

2013년 WAKO 세계선수권대회 3위

# 복싱

2022년 EBU 챔피언

2024년 IBO 챔피언결정전

2025년 WBA 골드 타이틀매치

[강대호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