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나 후기 좀"…출시하자마자 난리 난 MZ 소울푸드 [트렌드+]

18 hours ago 3

저당 엽기떡볶이/영상=유지희 기자

저당 엽기떡볶이/영상=유지희 기자

'칼로리 폭탄'의 대명사였던 떡볶이가 달라지고 있다. 카페 음료에서 시작된 '저당 열풍'이 이제는 떡볶이·고추장 등 대표적인 고칼로리·고 당류 음식으로까지 번지며 밀레니엄+Z세대(MZ)의 "맛은 챙기고 건강도 챙기겠다"는 소비 습관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엽기떡볶이, '저당 버전' 첫 출시

출처=동대문엽기떡볶이 홈페이지

출처=동대문엽기떡볶이 홈페이지

우리나라 대표 분식 프랜차이즈인 엽기떡볶이는 9일 전국 매장에서 '저당 엽기떡볶이'를 출시했다.

기존의 매운맛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당 함량을 대폭 줄인 것이 특징이다. 메뉴는 오리지널(저당)과 착한 맛(저당) 두 단계로 출시됐으며, 엽기떡볶이(떡볶이·반반·어묵·분모자)와 엽기닭볶음탕에서 저당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다만 2인 세트, 로제·마라 시리즈, 닭발류에서는 저당 선택이 불가능하다. 이번 저당 엽떡은 설탕 대신 수크랄로스, 아세설팜칼륨, 스테비아 등 대체 감미료를 사용했다.

기존 1인분 기준 당류 함량 32g을 18g 수준으로 줄였고, 칼로리도 680kcal에서 660kcal로 낮췄다.

출처=(좌) 엑스, (우) 유지희 기자

출처=(좌) 엑스, (우) 유지희 기자

출시 소식이 알려지자 SNS에는 "세상이 바뀌고 있다", "다이어트 때문에 못 먹던 사람들에게 희소식"이라는 기대 섞인 반응이 이어졌다. "오늘 저당 엽떡 출시일인데 아무나 후기 좀 달라"는 글도 쏟아졌다.

이날 기자가 직접 주문해본 저당 엽떡(오리지널 맛)은 겉보기에는 기존과 다르지 않았으나 국물이 조금 묽어 보였다. 맛을 보니 칼칼하고 매운맛이 강했으며 단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평소보다 매운맛이 도드라지고 국물이 물 같은 느낌을 줬다.

소비자 반응은 극명히 갈렸다. "겉보기는 크게 다를 게 없는데 좀 더 짭짤하고 소스가 묽다", "당 함량은 줄었지만, 칼로리는 거의 차이가 없다. 맛도 기존과 차이를 못 느끼겠다", "단맛이 줄어서인지 고춧가루 맛이 강하다. 같은 오리지널인데 전보다 훨씬 맵다", "냄새는 똑같고 맛도 거의 같다. 저당 표시가 없었으면 모를 정도다. 설탕의 텁텁함이 사라져 뒷맛이 깔끔하다"는 긍정적인 후기가 있지만, "저당 특유의 부족한 맛", "내가 알던 엽떡 맛이 아니다"라는 평가도 있었다.

◇연예인도 합류…임지연의 다이어트 떡볶이 화제

출처=삼첩분식 홈페이지

출처=삼첩분식 홈페이지

저당 트렌드는 엽기떡볶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삼첩분식은 지난 6월 저당 '양배추볶이'를 한정 출시했다가 3주 만에 1만 개 완판을 기록하며 정식 메뉴로 재출시했다.

설탕을 전혀 쓰지 않은 '당 0g' 레시피와 79% 낮은 칼로리가 소비자들의 호응을 이끌었다.

샘표는 79년간 축적한 발효 기술을 기반으로 '저당 고추장·쌈장·초고추장·비빔장' 4종을 선보였다. 기존 대비 당을 최대 90% 줄이면서도 장맛은 유지했다. 대상 청정원도 알룰로스를 활용한 '로우태그(LOWTAG)' 라인업으로 100일 만에 누적 매출 100억 원을 돌파했다.

실제로 빅데이터 분석업체 썸트렌드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저당'과 '제로당' 언급량은 전년 대비 각각 52.47%, 81.68% 늘었으며, '저속노화' 키워드는 무려 309.8% 증가했다. 단순 다이어트를 넘어 '노화 지연'과 '건강 관리' 차원에서 저당 식품을 찾는 흐름이 확산하고 있는 셈이다.

출처=유튜브 '일일칠' 덱스의 냉터뷰

출처=유튜브 '일일칠' 덱스의 냉터뷰

연예인들도 열풍에 동참했다. 배우 임지연은 지난 12월 '덱스의 냉터뷰'에 출연해 라이스페이퍼와 저당 고추장,대체당을 활용한 다이어트 떡볶이를 직접 만들어 공개했고, 배우 진서연은 KBS 2TV '신상출시 편스토랑'에 출연해 고추장 대신 스리라차 소스, 밀가루떡 대신 오트밀을 활용한 떡볶이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전문가들 "떡 자체가 혈당 급등 유발…저당 효과 제한적"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저당 열풍 속에서도 저당 떡볶이를 '다이어트식'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열량이 낮아졌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채소와 단백질은 부족하고, 떡 자체가 혈당을 빠르게 올리는 탄수화물이기 때문이다.

저당 떡볶이는 '덜 나쁜 선택지일 뿐'이며, 진짜 건강을 원한다면 채소·단백질 위주의 자연식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출처=유튜브 '일일칠' 덱스의 냉터뷰

출처=유튜브 '일일칠' 덱스의 냉터뷰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같은 떡볶이를 놓고 비교하면 저당 제품이 이전보다 열량이 낮아진 것은 맞다. 그러나 떡볶이라는 음식 자체가 다른 음식 대비 열량이 높다. 채소와 단백질 구성은 부족하고, 소스 자체의 칼로리는 높다"며 "결국 '덜 나쁘다'는 의미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양임 대한비만학회 교수(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는 "대체 당을 사용해 단순당 함량을 줄였다고 해도 떡볶이 떡 자체가 이미 혈당을 빠르게 올리는 탄수화물이기 때문에 건강·다이어트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떡볶이는 다이어트나 건강 관리, 체중 조절을 위해 권장할 수 있는 음식이 아니다. 너무 먹고 싶을 때 차선으로 저당을 선택하는 것이 맞지만, 기본적으로는 피해야 하는 음식인 건 변함없다"며 "진짜 건강을 위해서는 자연 그대로의 식품, 채소나 단백질 위주의 식단이 훨씬 적합하다"고 조언했다.

◇호주 연구 "인공감미료, 당뇨병 위험 38%↑"

또한 저당 열풍의 핵심인 인공감미료를 두고는 안전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인공감미료는 아스파탐, 아세설팜칼륨, 수크랄로스, 에리스리톨, 스테비아 등이 대표적이다.

설탕보다 단맛은 수백 배 강하지만 열량은 거의 없어 다이어트 보조 성분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 뉴욕포스트가 인용한 호주 모나시대·RMIT·빅토리아 암 협회 공동 연구 결과에 따르면, 중장년 3만6608명을 14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인공감미료 음료를 하루 한 번 이상 마신 그룹은 제2형 당뇨병 발병 위험이 3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빈도로 설탕 음료를 마신 그룹(23%)보다도 높은 수치였다. 체중과 관계없이 인공감미료 자체가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연구진은 장내 미생물 교란이나 인슐린 반응 변화 등이 원인일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도 "직접적 인과관계로 단정할 수는 없으며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국내 유통되는 인공감미료 제품은 안전 기준을 충족한다"는 입장이지만, 장기적 과잉 섭취에 대해서는 주의를 당부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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