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가 지난달 집중호우 피해지역을 중심으로 수해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재해 구호키트 등 5000만원 상당의 구호물자를 긴급 지원하고, 2000억원 규모의 재해자금도 긴급 편성했다. 농협 계열사 임직원들은 50억원의 성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7일 기상청과 농협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경남 지방을 중심으로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지난 16일 시작된 집중 호우로 나흘간 경남 산청 794㎜, 합천 699㎜, 하동 622㎜ 등 많은 비가 내렸다. 전남 광양에도 618㎜의 장대비가 내렸고, 충남 서산에는 시간당 100㎜의 ‘극한’ 호우가 내렸다.
많은 비가 내리면서 피해도 속출했다. 사망자 24명, 실종자 4명 등의 인명피해가 발생했고, 주민 1만5000명이 임시 대피해야 했다. 농가 피해도 컸다. 벼와 논콩 등 농작물 3만㏊가 침수됐고, 닭 148만마리를 포함해 총 178만마리의 가축이 폐사했다.
농협은 지난 5월부터 재해에 대비해왔다고 밝혔다. 농협중앙회 부회장 주재로 범농협 주요 부서장 30인이 모이는 ‘범농협 재해 대책위원회’를 꾸렸고, 농·축협과 시군지부, 지역지부는 3주간 재해 우려 지역 11만8600곳을 점검했다. 재해복구용 장비 5000대를 사전 정비하는 활동도 벌였다.
그러나 예상을 뛰어넘는 호우가 내리면서 수해가 속출하자 농협은 현장 점검을 위해 인력을 급파했다. 지난달 18일엔 호우 전선이 광주·전남으로 남하하자 범농협 집행 간부·임원진이 일시 소강상태가 된 충남을 찾았다. 이튿날엔 산사태가 전국 각지에서 잇따라 발생하자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예정된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충남 아산·예산, 산청, 합천 등 주요 피해지역을 직접 방문했다.
현장 점검 외에도 농협은 수해복구를 위해 생수와 생필품, 재해 구호키트 등 5000만원 상당의 구호물자를 피해지역에 지원했다. 양수기 200대와 축사 보강용 톱밥 1300t, 세탁차·밥차·이재민용 텐트 등 구호물자도 투입했다.
재해자금도 확충했다. 농협은 2000억원을 긴급 편성해 병해충 긴급방제와 농자재 할인을 지원하고, 살균·살충제와 영양제 할인, 농축협이 보유한 중장비 및 임차 장비 지원, 재난지역 내 하나로마트 생필품 인하 등도 실시했다. 피해지역 조합원들에겐 긴급생활안정자금을 가구당 3000만원까지 무이자로 지원했고, 카드 대금 청구 유예나 특별재난지역 ATM 기기 금융 수수료 면제 등 부수적인 금융지원책도 실시했다.
농협은 계열사와 전국 회원 농·축협 임직원이 동참해 성금 50억원을 모금,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지원할 계획이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갑작스러운 집중호우로 삶의 터전을 잃은 농업인과 이재민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현장 중심의 실질적인 지원을 펼치겠다”고 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