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응축된 디지털전환(DX)은 국내 산업 현장 곳곳을 바꿔 놓고 있지만 아직 의류제조업까진 그 영향이 미치지 않고 있다. 봉제산업은 여전히 대부분 업무가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공통된 의류 작업지시서도 없어 옷을 만들 때마다 매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작업지시서는 디자이너가 옷을 제조할 때 어떤 재료를 얼마나 써야 하는지, 어떤 패턴으로 해야 하는지 적어 놓은 서류다. 이 서류 한 장으로 공장 및 현장 소공인과 소통한다.
봉제공장 스튜디오엔티를 운영하는 송지영 대표는 옷을 만들 때마다 엑셀 작업을 하거나 손으로 오려서 붙여넣었다. 이를 디지털화하기 위해 그는 중소벤처기업부 지원을 받아 2년 전 디지털 작업지시서 프로그램을 개발해 현장에서 사용하고 있다. 송 대표는 “비효율적인 수작업을 최소화하기 위해 작업지시서를 전자화하는 데 도전했다”고 말했다.
스튜디오엔티는 겉보기엔 일반 봉제공장 같지만 곳곳에 DX를 도입하기 위해 애쓴 흔적이 있다. 봉제 공정을 통해 옷을 제작할 때 옷감을 치수에 맞춰 자를 수 있도록 본보기로 만든 종이를 패턴이라고 부른다.
그동안 이 패턴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만들었는데 관련 소프트웨어를 적용한 뒤 전부 데이터로 저장해 놓고 사용 중이다. 이전에는 옷 크기를 바꿀 때마다 새로 패턴을 떠야 했지만 프로그램을 활용하면서 자동으로 패턴 파일이 생성돼 업무 효율이 늘고 작업속도가 빨라졌다. 패턴 제작은 주로 외주 용역을 줬는데 이 프로그램을 도입한 덕에 용역비가 절반으로 줄었다. DX 이후 속도가 붙어 납기일은 70%, 7~10일 걸리던 공정 기간은 1~3일로 단축됐다.
송 대표의 도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공장 재봉틀마다 태블릿 PC를 달아 스마트폰으로 원격 관리하는 DX를 시험 중이다. 그동안 누가 몇 시간 작업했는지 작업량 통계가 제대로 잡히지 않았는데 이 프로그램을 제대로 사용하면 수치화할 수 있다.
송 대표는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봉제공장 소공인은 그동안 제대로 된 공임 체계가 없었다”며 “공임 수준을 제대로 파악해 보기 위해 프로그램을 시험적으로 돌려보고 있다”고 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